노무현대통령은 취임 초 무명에 가까운 광주출신의 정찬용 씨를 청와대 인사보좌관(수석)으로 임명했다. 전임 김대중ㆍ김영삼 정권이 모두 인사전문가를 기용한 반면 노대통령은 순수 아마추어를 등용한 것이다. 당시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 정권이 인사전문가를 기용했지만 어디 인사가 잘 된 적이 있느냐”는 게 발탁이유였다. 그러면서 “정보좌관은 인사경험은 없지만 건강한 양식을 지녔으니 잘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다이야기’ 인사잘못서 비롯

노대통령은 또 “앞으로 부당한 인사 청탁을 한 사람은 패가망신 시키겠다”고 단언했다. 참여정부는 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7만2천명의 인사자료리스트에 더해 8만 명으로 확보하며 각종 인사에 대비했다. 여기에 다면평가 공모제도 등 각종 인사시스템을 가동하며 공정한 인사를 다짐했다. 크로스체크는 기본이었다. 대통령자신도 인사에 관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집권초기 청와대인사는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집권 중반기를 넘어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 회전문인사, 경력관리용 인사가 횡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한 달간의 인사행보를 보면 무차별적인 낙하산인사의 전형을 보는듯하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인사파문과 유진룡 전문화부차관의 보복경질 논란, 이재용 전환경부장관의 건강보험공단이사장 내정논란, 김완기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임명 등으로 시끄러운 한 달을 보냈다.

물론 건보공단 이사장과 연금관리공단 이사장자리는 공모로 선출케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형식일 뿐 이미 낙하산 인사로 내정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낙하산인사는 정부의 장차관급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참여정부출범이래 지난해 말까지 정부산하기관에 낙하선을 타고 내려온 임원은 282명에 이른다. 청와대 퇴직 4급 이상 196명 가운데 61명이 낙하산 타고 자리를 옮겨 앉았다고 한다.

이 같은 낙하산 인사로 인한 국정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최근 온 나라를 ‘도박공화국’으로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바다이야기’ 파문도 결국 인사잘못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당시 문화장관에 제대로 된 인사를 임명하고, 전문성 있는 영상물등급위원이 임용됐다면 오늘날과 같은 파국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코드인사, 낙하산인사의 피해가 정책실패로 나타나고 결국 국민피해로 귀결됨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낙하산인사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등 서구 선진국 등에도 있다. 우리는 주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 선거를 치르고 나면 신세진 사람이 생겨나 논공행상이나 보은인사로 갚으려하는데서 빚어진다. 따라서 자질과 경륜이 떨어져도 무리하게 중용하는 폐해를 낳게 된다. 과거의 정권을 나무라던 노무현대통령 역시 김대중ㆍ김영삼 정권과 다를 바 없고, 오히려 그 정도가 더 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능인재 등용 임기마무리를

나는 앞으로도 코드인사, 낙하산인사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이 유난히 정(情)과 끈(緣)으로 묶여진 사회이기 때문이다. 낙하산인사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흉보면서 닮아간다’는 애기가 있듯 한나라당이 대부분 집권하고 있는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비근한 예로 서울을 비롯한 부산, 대전 등도 산하 공기업대표와 주요간부들을 낙하산인사로 해 말썽을 빚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낙하산인사라해도 어느 정도 전문성과 청렴성, 도덕성을 갖춘 인사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인사 대상자들도 염치를 가져야한다. 장관하다가 선거에 징발돼 낙선하고, 다시 공기관장을 맡는 몰염치는 봐줄 수가 없다. 부서에 맞지 않고 그릇도 아니라면 고사(固辭)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제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남았다. 대통령은 잘못된 인사가 국정을 망친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임기 말까지 올바른 인사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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