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의 대수도론 제창으로 들끓었던 지방은 일단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의 소폭 손질로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수도권 정책은 10개 혁신도시의 씨앗으로 공급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반대급부로 작년 발표된 수도권발전종합대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3차 정비계획에서는 공공기관 종전부지와 노후공업지역에 한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정비발전지구제도를 적용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지만, 종합대책에 포함됐다 배제됐던 경기 북부 지역과 자연보전권역, 그리고 정치권에서 목하 추진중인 접경지역과 미군기지 반환부지도 여전히 대기중이기 때문이다.

수도권규제 철폐론자들은 수도권 규제가 지방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지난 40년간 수도권 집중은 계속돼 왔고, 급기야 행정도시와 혁신도시라는 극단적인 시책이 나온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시장경제의 논리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수도권규제로 인해 국가발전이 늦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반면 수도권 규제론자들은 분명히 효과가 있어 왔다고 말한다. 충남만 보아도 규제라는 댐 때문에 수도권을 월류하지 않으면 안된 개발수요가 최근 10년간 전국 평균의 2~3배나 되는 고속성장을 가능하게 했고, 그 결과 충청권은 수도권과 동남권에 이어 세 번째 한국의 파워하우스로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이야말로 시장경제 논리에 충실할 뿐 아니라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엄격하다는 규제의 틀 속에서도 수도권은 공장총량제를 통해 매년 100만평 정도의 공장신증설을 허용받아 왔고, 이마저도 계획입지에 대하여는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규제는 대기업 공장 정도만 의미를 지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내부의 불균형과 격차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총량적 격차만큼 심각하다. 왜냐하면 인접한 곳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멀리 떨어진 곳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될 2010년을 앞두고 수도권 주민들의 압박과 도전은 더욱 거세질 조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와 지방의 경쟁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달리기 경주에서 출발선이 다른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자율경쟁만을 요구하는 것은 차별을 눈감아 달라는 것과 같다.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균형은 여전하다. 수도를 분할하고, 공공기관 이전으로 혁신도시를 만들며 시범 기업도시까지 확정한 상황에서도 지방의 발전은 요원하다. 국가의 재정지원과 외부투자유치를 활성화시킬 에너지가 계속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도권은 지원없는 규제 해제로 충분하다는 입장이고, 부진한 경제자유구역중에서도 인천만은 순항중이다.

이런 상황은 지방도 수도권 규제의 월류효과를 챙기는 것으로 안주할 시점이 끝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 어떤 대책을 서둘러야 할까? 수도권 규제가 차등적 지원을 제도화한 프랑스나 EU의 모델을 본뜬 것이라면 이제는 영국식 거버넌스(협치)구조의 광역 지역개발청(RDA) 체제로 가야한다. 현재도 경제자유구역청이 일부 이런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거버넌스구조는 아니다. 영국은 자력 발전과 준독립을 염원해 온 스코틀랜드를 특별자치지역으로 분리하고, 나머지 국토를 광역으로 묶어 지자체, 기업, 노조, 사회단체가 공동 참여하는 지역개발청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발전이 단순히 정부가 지원하는 기반시설로만 가능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제4차 국토계획 수정계획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제주도를 제외한 7대 광역권 체제의 지역개발청이 필요하다. 정부권력의 혁신적인 이양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정부화를 실현시켜 가는 한편, 지방이 자력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정책역량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정순오<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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