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탁을 했느니 안했느니 온통 나라가 시끄럽다. 유진룡 전문화부차관의 경질을 놓고 유 전차관은 청탁을 거절한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청와대는 직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대립을 하고 있다. 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여당과 청와대는 정무직 공직자에 대한 정상적인 인사인데 웬 시비냐고 맞받아치고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분간하기가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이 분란의 한가운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386’들이다. 참여정부 들어 386들에 대한 논란이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386세대. 그들의 등장은 199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양김(兩金)의 대통령후보 단일화 실패로 ‘군정종식’과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사회적 요구가 좌절된 후 생겨났다.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을 때 그들은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독재의 종식과 민주주의를 외치는 중심에 섰다. 민주주의를 위해 광범위하게 저항한 세대들이다. 386들은 잠시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조금씩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고 참여정부의 출범과 함께 역사의 전면에 나섰다. 중앙의 정치무대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 상당수가 386세대다.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지역적 기반을 다지고 있는 정치신인들 상당수도 386세대다.

특히 노무현 정권은 386세대와 동일시되고 있을 만큼 그들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노무현 정권을 이끄는 주축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 대통령의 주변에는 항상 이들이 포진해 있고, 국정 상당부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정신적으로는 386의 일원이라거나 참여정부의 실세는 386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민주화를 외치던 그 푸른 시절의 열정들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 열정과 희망의 세대들이 정권의 실세가 된 지금 여기저기서 풍겨 나오는 냄새는 그다지 향기롭지가 못하다. 국민들이 그들에게 가졌던 희망은 이제 엄청난 실망으로 돌아오고 있다. 곳곳에서 어느 정권에나 있었던 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들이 경멸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과 흡사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권내부의 시비 거리에는 어김없이 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더 이상의 진정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느낌이다.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은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우리당이 잘난 체하고 오만했다"고 반성했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걸 더 이상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새겨들어야 할 사람들은 정권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386들이다. 독재에 항거하던 젊은 날의 정당성이 오늘의 잘못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젊은 날의 신선했던 열정은 오간데 없이 같이 고생한 내 사람은 챙기기에 급급해 이 사람 저 사람 정부산하기관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열정을 바친 대가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날의 민주화 운동으로 얻은 훈장은 정권의 핵심이 된 지금에는 조그마한 잘못에도 큰 비난으로 돌아와 가슴에 꽂히는 비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그들에게 젊은 날 가졌던 열정만큼 수준 높은 도덕성과 때 묻지 않은 참신성을 요구한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오늘 모든 사회적 갈등의 진원지가 386이라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만이 옳고 남들은 모두 다 보수에 꼴통이라고 몰아세우는 이분법적 사고가 사회를 통합해야 할 위치에 있는 현재도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에도 대답을 해야 한다. 자신들에게 쏠렸던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급속하게 실망감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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