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최근 취임 기자회견에서 “첫째도 서민경제, 둘째도 서민경제, 셋째도 서민경제”라며 서민경제회복을 위해 올인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잘난 체하고 오만했으며 국민의 눈물을 보지 못한 채 한숨을 듣지 못하고 살았다” “국민 생업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며 뼈저린 반성문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추가 경제성장이 있어야 일자리, 복지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생긴다”며 나름의 경제정책방향까지 제시했다.

혼선빚는 黨政경제정책

그러나 김 의장의 기자회견 3일전, 이성태 한국은행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내 경기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상승기조는 하반기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콜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진단과 경제정책 결정 수장들의 생각 중 어느 것이 옳은가.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경기에 대한 시각의 혼선은 우리경제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경제는 대충 꾸려지지 않는다. 명확한 경기진단과 그 진단을 바탕으로 한 실효성 있는 정책의 개발과 실천은 기본이다. 최근의 각종 경제지표는 우리경제가 얼마나 불안한 상태인가를 잘 말해준다. 경상수지가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간 적자를 기록했으며, 경기선행지수도 3개월 연속 하락했다.6개월 후의 경기·소비지출·생활형편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심리는 4개월 연속 하락하며 100을 밑돌았다.

전경련이 조사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개월 만에 100선으로 주저앉았고 한국은행의 6월 제조업 BSI는 연중 최저치로 급락했다. 민간연구소들은 4분기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하면서 올 연간성장률이 4%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금리인상 도미노가 일고 있고 이는 우리 주식시장의 폭락 장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국내외 다양한 변수를 살피며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북돋우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한다. 경제정책이 제 방향을 잡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5.31지방선거에서 최대 이슈중 하나는 경제였다. 현 정부·여당에게는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 표를 주지 않았다는 유권자들의 말은 의미 심장하다. 경제가 웬만큼 돌아가야 민심이 사납지 않고, 민심이 부드러워야 여당에 유리하다는 것은 선거 비전문가도 아는 상식이다. IMF 때보다 더 살기가 힘들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판에 정부·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봤다면 착각도 큰 착각이다.

문제는 경제였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원고와 고유가는 돌이키기 어려운 추세로 고착화되고 있다. 원고 현상에 따라 해외여행과 해외쇼핑, 해외유학 등 국외에서의 돈 씀씀이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난 지 오래고,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특히 잇단 콜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가하면, 부동산정책은 되레 서민들의 집장만을 어렵게 하고 있다. 투자부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도 말만 무성할 뿐 진전이 없다.

비전·능력있는 인물 중용을

이제라도 경제정책을 시행착오를 줄이면서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의지를 보이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비전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등용, 소신껏 일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 많은 경제관료 및 전문가 중 현재의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역량 있는 인물이 없겠는가. 성장의 잠재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다각적이고도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을 제발 활짝 웃게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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