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누가 뭐래도 한나라당과 박근혜(朴槿惠)대표다. 반면 최대 피해자는 열린우리당과 정동영(鄭東泳) 前 당대표다. 그렇다면 충청권 최대수혜자와 피해자는 누굴까. 박성효(朴城孝)대전시장 당선자가 최대수혜자요, 염홍철(廉弘喆)대전시장과 전 충남지사 심대평(沈大平)국민중심당 공동대표가 최대 피해자일 것이다. 충청지역 맹주의 자리에서 물러나 힘 빠진 모습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최대 피해자는 沈大平ㆍ廉弘喆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고 한다. 만일 맥아더원수가 6.25때 그의 뜻대로 원자탄을 북한에 투하했다면 남북은 통일됐을 거라는 얘기부터, 2002년 12월대선 때 정몽준후보가 선거 전날 노무현후보 지지 철회를 안 했다면 이회창후보가 당선됐을 거라는 등등의 가정은 모두 헛된 얘기들이다. 염홍철시장의 낙선얘기도 마찬가지다. 만일 그가 지난해 한나라당을 탈당치 않고 출마했더라면 이번에 쉽게 당선됐을 거라는 가정이 그 것이다.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왜 작년에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한다. 물론 그는 ‘행정도시 문제’ 때문이라고 공식 해명해 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탈당치 않으면 안 될 불가피한 사연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입당 당시 그의 적수는 없었던 듯 했다. 어느 당에서든 그의 인지도와 능력을 따라잡을 후보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법하다.

그 같은 만심(慢心)이 염후보의 패인 중 하나가 됐다. 물론 이보다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이반과 한나라당 박근혜대표의 피습사건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불가사의한 것은 3개월 전 여론조사에서 박후보에 20%, 불과 3일전까지도 10%나 앞서 있던 지지도가 선거당일 역전됐다는 사실이다. 여론 전문기관조차 전혀 예상 못한 결과다. 야구경기에서 1회 9점을 먼저 따낸 팀이 10대9로 大역전패한 것과 같은 모양새다.

경선상대인 권선택(權善宅)의원의 탈당은 또 다른 악재였다. 그의 탈당은 열린우리당 대전지역 일부조직의 와해를 불러왔다. 염후보가 일부러 경선을 회피했다는 소리도 나왔다. 염후보는 공교롭게도 대전시에 근무했던 전 정무부시장 박성효씨와 행정부시장 권선택씨 때문에 낙마했다. 물론 ‘박근혜 쓰나미’가 결정적 패인이다. 언론의 표현대로 ‘거대한 쓰나미’(해일)앞에는 인지도도, 현직 프레미엄도, 인물도 소용없었다.

심대평 전 충남지사의 몰락은 더욱 안타깝다. 그는 지사자리를 그만두고 분권형 정당을 표방하며 국민중심당을 창당했다. 과거 JP가 지휘하던 자민련처럼 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광역단체장 한 자리도 당선 못 시키고 충남지역 기초단체장 7곳을 건지는데 그쳤다. 당대표로서 체면이 안 섰다. 결국 선거 후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홀연히 당을 떠났다. 당원들의 만류로 다시 돌아와 당 재건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거대한 쓰나미앞에 속수무책

이 모두 예견된 결과다. 신당이 인물난과 자금난에다 구심점 부족으로 지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게 패인이다. 필자는 지난 2003년 10월2일자 ‘심대평지사 출마할 건가’ 제하의 칼럼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심지사의 정계진출을 만류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지사임기를 훌륭히 마무리하고 도청 문을 가볍게 걸어 나갈 것을 권유하고, 지역의 큰 어른으로 남아 줄 것을 주문한 적이 있다. 필자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사실 심 전 지사처럼 화려한 경력을 지닌 인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40년 넘는 다양한 그의 경력은 아무도 따르지 못한다. 임명직 대전시장(81년 3월-83년12월)을 거쳐 임명직 2년7개월과 선출직 10년 9개월을 포함, 13년6개월 동안 충남지사를 역임했다. 아무도 깨지 못할 대기록이다. 또 총리 행정조정실장, 청와대 행정수석을 거치는 등 탄탄대로를 거침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정치란 마음대로 안 되는 모양이다. 진흙탕에 빠진 그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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