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요인이 압도적

조선중기 이후 우리나라 수도 성장은 정치, 군사적 요인보다는 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압도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49회 전국역사학대회의 공동주제 ‘역사에서의 중앙과 지방’의 일환으로 ‘한국사에서의 수도 집중’을 발표한 이헌창 교수(고려대 경제학과)는 “조선 중기 이후 수도성장은 인구 증가와 시장 성장 등 경제적 요인에 의해 이뤄졌다”며 “조선후기 행정기능과는 무관한 강경, 마산, 원산이 상업도시로 번창한 것도 경제적 요인의 성장을 반영하는 단서”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이 경제도시적 기능이 정치도시로서의 기능을 압도해 단순한 소비도시로부터 탈피한 것은 20세기 부터였다”며 “가내 수공업의 해체와 근대 공업의 성립에 이어 20세기 자본의 집중으로 수도 성장을 급격히 이뤘다”고 진단했다.

이교수는 “전근대 또는 고대 도시의 성장은 주로 정복이나 영토 확장 때문이었다”고 밝힌 뒤 “이는 한국사에서 삼국의 왕경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구려는 3세기, 백제는 5세기 후반, 신라는 6세기 전반에 왕권 중심의 영토국가로 전환해갔다고 볼 수 있다는 것. 특히 신라가 영토국가로 전환된 지 3세기만에 수도 경주가 전인구의 7%를 흡수한 대도시로 성장한 것은 핵심 지배층인 진골귀족이 대부분 왕경에 국한돼 활동했고 동쪽에 치우친 수도에서 점령지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상당수의 군인을 수도에 배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교수는 “고려는 신라보다 인구수가 많았지만 수도 인구가 훨씬 적은 것은 신라에 비해 지배층의 왕경 집중도가 약했기 때문”이라며 “고려의 중앙정부는 전국에 산재한 호족 세력을 인정, 그들을 통해 주민을 지배했고 중앙 정계에는 지방에 기반을 둔 세력이 진출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교수는 “서울은 세계도시로의 발전을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역량과 지리 조건상 또다른 세계도시가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이는 수도권 확장을 지속적으로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세계도시로서의 발전 없이는 지속적 경제성장, 경제선진화를 이룰 수 없고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 볼 때 경제 성숙은 결국 균형발전을 유도하는 힘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南尙賢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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