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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잣대를 바르게 써라

2006-04-20기사 편집 2006-04-19 13: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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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대전이 해괴한 풍문으로 법석을 떨었다. 강사가 수영을 배우러 온 주부에게 에이즈를 감염시켰다는 헛소문이었다. 수영장 회원의 취중 불만이 그 단초다. 열흘쯤 지나니까 대전이라던 진원지가 곳곳으로 옮겨갔다. 서울, 부산, 대구등으로 번져 전국 수영장마다 야단이었다.

소문은 갈수록 눈 덩이처럼 커졌다. 어느 곳에선 주부들이 몽땅 병에 걸려 격리 됐느니, 집단 이혼을 했다느니, 잘 나가는 고위층 사모님도 에이즈에 걸렸느니 뜬소문이 휩쓸었다.

신문사에는 연일 확인 전화가 쇄도했다. 급기야 관련 관청들이 나섰다. 대전의 경우도 시 당국이 대전시내 실내 수영장 전. 현직 수영강사 50여명에 대해 건강진단까지 벌였다. 물론 에이즈 보균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2-3개월을 휩쓴 소문은 당국의 사실무근 공식발표가 있고서야 잠잠해졌다.

-헛소문. 폭로 구태정치 살아나.

헛소문과 거짓 소동은 지금의 정치세태와 비슷하다. 5.31 지방 선거 판을 보니 내용만 다르지 온통 폭로와 루머 투성이다. 한나라당이 공천비리의혹을 고백하고 나선 뒤 정당간, 후보간 폭로 전이 치열하다. ‘상대방 A는 이런 사람이다’, ‘B는 저랬다 더라 ’식의 소문은 그래도 약과다. 아예 근거 없이 의혹만 부풀리는 폭로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정략적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당의 원내대표까지 폭로대열에 가담한데는 씁쓸하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의 이명박 서울시장의 이른바 ‘별장 파티’ 폭로 말이다. 선거 때마다 상대 후보, 상대 을 겨냥한 폭로에 신물이 난 터라 그의 폭로는 내용자체를 떠나 실망스럽다. 입만 열면 낡은 정치청산을 외쳐온 그들이다.

잘잘못은 당연히 가려야한다. 또 감춰진 비리나 가려진 진실을 공개하고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일 자체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선거자체가 폭로 전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헛소문과 폭로에 흔들려 인물판단기준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대선전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의혹에 대한 신한국당 측의 폭로나, 국민회의측의 한나라당을 향한 3풍(총풍, 병풍, 세풍)의 역공세등이 그런 예다. 선거 때만 되면 폭로와 의혹 부풀리기는 으레 있는 일이 되 버렸다.

일부는 사실이 입증되어 법의 심판대에 서기도 했다. 그렇지만 또다시 2002년 대선당시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김대업, 설훈 폭로, 이 후보 부인이 건설사로부터 거액뇌물을 수수했다는 폭로는 거짓이었다. 아니면 말고의 전형였다. 후보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알리는 일이 제대로 된 선거운동인데도 오히려 상대후보 흠집 내기 전략이 씨가 먹힌다는 얘기다.

유머도, 양심 고백도, 폭로도 그 나라 정치수준과 비례한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는 지금 후진정치에 매몰되고 있다.

양심고백도 마찬가지다. 한나라 당이 선거를 코앞에 앞두고 당 소속이던 박성범. 김덕룡 의원측의 공천비리의혹제기는 이런 데서 시사점이 있다.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터라 이번 사건 결과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다.

-공천비리부터 투명하게 처리

탈법. 불법행위가 사실이라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옳다. 한나라당의 말마따나 정치개혁을 위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천권을 현역의원과 원외위원장에게 돌려준 제도상 결함이라는 해명은 핑계일 뿐이다. 당내 계파 제거용이거나 상대의 약점 폭로를 위해 계산되고, 흥정된다면 곤란하다.

문제는 공천비리가 어디 박. 김의원 뿐이겠냐는 의혹이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크든 작든 정치권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정설이다. 서울 여의도 정가를 떠도는 무수한 루머들과 각 정당안팎, 지방정가에 나도는 숱한 괴담들이 그것이다.

헛소문과 비방성 폭로를 가릴 줄 알아야 희망이 온다. 그래서 제기된 헛소문, 루머, 폭로, 고백은 단순히 정치 현상으로 묻어 둘게 아니다. 살을 도려내는 자성의 계기가 되어야 하고, 개혁의 잣대를 바로 펴는 시발이 되어야 한다. 반칙으로 얻은 승리보다 당당하고, 깨끗한 패배가 값지기 때문이다. 개혁의 잣대를 바로 써야 정치가 산다. 정치개혁은 그 잣대를 쓰기에 달렸다.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곧 듯이 말이다.<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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