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돌풍이 미국을 휩쓸고 있다. 가히 토네이도급이다. 야구 국가대항전인 월드베이스클래식(WBC)에서 한국이 야구종주국 미국을 완파한 것이다. 그것도 그들의 안방에서다. 美국민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한 대형사건임이 분명하다. 한국은 오늘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6점차 이상으로 지지 않는 한 대망의 4강에 진출케 된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에 비견되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딛고 강호 일본 멕시코와 미국을 연파한 것은 기적에 다름 아니다. 미국과 일본이 어떤 팀인가. 미국은 야구 본고장으로 우리보다 수준이 40년이나 앞선다고 자부하는 나라다. 일본도 우리보다 20년이나 앞설 정도의 야구 선진국이다. 돔구장 등 야구 인프라는 우리와 상대가 안 되고, 선수 연봉도 우리의 수십 배나 된다. 그런 팀들을 연파했으니 세계가 놀랄 일이다.

‘믿음의 야구’ 김인식 기적 창출

한국돌풍의 중심엔 김인식 감독(한화이글스)이 있다. 한국이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는 것은 그의 뛰어난 리더십과 용병술에 기인한다. 김 감독은 ‘믿음의 야구’를 신봉하는 덕장(德將)이다. 선수를 믿고, 선수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그의 별명 ‘재활공장 공장장’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부상이나 능력발휘를 못해 버림받은 선수를 재활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선수의 장점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이를 적절히 구사한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수를 쓰느냐가 내 야구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이번 대회에서 그의 선수기용과 작전 등 용병술은 100% 성공했다. 촉(蜀)나라 제갈량(諸葛亮)을 방불케 할 정도다. 오죽하면 ‘신(神)이 했어도 이보다 못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을까. 선발과 중간계투, 마무리 등 투수기용, 타순조정과 대타기용 등이 기막히게 적중했다.

그는 히딩크와 닮았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김 감독이 한수 위라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인간적이면서도 겸손한 성격은 히딩크가 갖지 못한 장점이다. 미국을 꺾던 날 그가 미국기자에게 했다는 말에서 그의 겸손을 읽을 수 있다. ‘아직 우리 실력은 미국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이 배워야한다’며 겸손해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그의 리더십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야구가 미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바로 그날(14일) 이해찬 총리가 마침내 사퇴했다. 3.1절 골프파문으로 민심이 들끓기 시작한지 2주 만이다. 그는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닌 실세총리였다. 노무현대통령도 그에게 힘을 실어준 명실상부한 2인자였다. 그래선지 그는 국회에서 야당의원에게 눈을 부라리고 호통치는가하면 한나라당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었다. 그는 좋게 말해 용장(勇將)에 가까웠다.

새 총리, 勇將보다 德將 선택을

그러나 이젠 나라살림에도 덕장이 더 필요할 때다. 새로운 총리는 용장보다 덕장이 더 좋겠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고집 세고 옹골찬 대통령 밑에는 국민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온화한 모습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는 덕장이 더 필요하다. 정치인총리는 배제하는 게 마땅하다. 항상 성난 얼굴로, 덕이라고는 좀체 찾아볼 수 없는 총리를 국민은 더 이상 원치 않는다. 국정은 왜 야구 대표팀처럼 못 하는가.

다시 야구로 돌아가자. 김인식 감독 밑에는 런너코치 2명을 제외하고 김재박, 선동열, 조범현 등 3명의 코치가 분야별로 임무를 맡아 김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코칭스탭의 원활한 팀웍은 한국 상승세의 버팀목이 됐다. 총리는 야구감독이고 경제, 과기, 통일, 교육 등 부총리는 코치나 마찬가지다. 총리는 코칭스탭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덕장 김인식 감독 같은 새 총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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