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조기 과열로 치닫고 있다. 아직 3개월이 남아 있는데도 벌써부터 사전선거운동과 공천 잡음, 금전수수의혹 등으로 말썽을 빚고 있다. 여야가 ‘죽기 살기’로 지방선거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이는 여야 모두가 이번 지방선거를 내년 12월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승자가 대선서도 절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과열의 중심엔 정부 여당이 있다. 정부 여당은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 광역단체장에 출마시키기 위해 오늘 장관 5명 안팎을 징발(?)하겠다고 공표했다. 개각한지 불과 2개월만이다. 기초단체장출마를 위해 청와대 비서관도 상당수 빼낸다는 얘기가 들린다. 내각이 여당후보의 대기소가 된 느낌이다. 선거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여당, 선거법 무시 안 된다

최근 여당후보 출마가 예상되는 몇몇 장관과 여당 고위간부는 사전선거운동에 가까운 언행으로 과열을 부추겼다. 이재용 환경부장관은 열린우리당 대구행사에서 정치구호를 외쳐 중앙선관위의 주의조치를 받았다. 얼마 전 오거돈 해양수산장관은 출마가 거론되는 부산서 선거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김혁규 당 최고위원은 오 장관을 ‘오 후보’로 지칭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동영 당의장은 광주 무등산에서 당원과 등산객이 섞인 집회로 선관위의 구두경고를 받았다. 선거법위반이 확실하다면 선관위가 보다 따끔한 제재를 했어야 마땅했다. 한나라당이 이해찬 총리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을 물러나게 하고 중립형 선거내각구성을 주장한 이유를 정부 여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입만 열면 선거개혁을 치적으로 내세우던 정부 여당은 준법의식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선거와의 상관관계 말고도 지방선거의 과열이유는 또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채택된 지방의원유급제와 기초의원공천제 때문이다. 이제까지 지방의원은 순수 명예직으로 소액의 수당만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유급제가 됐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연봉이 부단체장 수준인 최저 4000만원에서 최고 7000만원 정도 받게 돼 한번 해볼만한 직업이 된 것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후보자가 그 어느 때보다 넘쳐나는 이유다. 전문 인력의 대거 출마로 지방의원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줄어들었던 돈 선거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큰 게 문제다. 어차피 당선만 되면 넉넉한 연봉이 있으니 밑질 게 없다는 계산으로 돈 쓰는 선거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참된 지역일꾼 뽑는 선거돼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역시 문제가 있다. 책임정치구현과 기초의회수준향상이라는 미명아래 올 선거에 처음 적용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근본부터 흔드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정당이 기초의회까지 지배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때문이다.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원협의회의장(옛 지구당위원장)이 막강한 영향력으로 자기 사람을 기초의원으로 심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방선거로 주요정당들은 공천신청자들로부터 수십만 원씩의 전형료를 받아 수십억 원대의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대학입시 원서를 낼 때 전형료 내듯 공천심사에 드는 비용이라지만 액수가 너무 높다. 10만원 안팎이면 충분할 터인데 후보자들을 상대로 한몫 잡으려는 공천 장사 소리를 듣게 됐다.

이제 여야 모두 냉정한 자세로 돌아가 조기 과열된 분위기를 식혀야 한다. 특히 정부 여당은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솔선수범하고 법을 지켜야 한다. 이번 선거가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화와 대선 전초전으로 전락해선 안 될 것이다. 지방선거는 ‘참된 지역일꾼’을 뽑는 지역선거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둘러싼 탈법·불법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선관위와 유권자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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