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치, 그 탓을 정치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물론 정치후진성의 상당부분이 그들에게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국민의 몫이다. 과거 부산영도 다리 밑에, 목포 앞바다에, 부여 백마강에 손가락이 둥둥 떠다닌다는 얘기처럼 말이다.

부산 영도다리나 목포 앞바다, 백마강에 자른 손가락은 없었다.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을 잘못 뽑아 자책하는 국민의 심정은 진실이었다. 스스로 행사한 정치행위에 자신을 책망하는 이유에서다.

어딜 가나 요즘 정치판은 천대(賤待)를 받는다. 실망만 안기는 정치가 화제일 때는 정치인에게 화살이 쏠렸지만 이젠 유권자의 책임론도 함께 뒤따른다. 말끝에 ‘정치인만 잘못 있나, 뽑은 우리의 잘못도 크지’식의 말들이다.

충청정치 바로서야 나라가 반듯

정치는 종합예술이라는 셰익스피어나 플루타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치는 듣고, 보고, 판단해 선택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저쪽 편과 대화하여 타협하고, 합의를 내는 일은 그 다음이다. 그래서 선택이 중요하고, 선택한 뒤에는 정치인들이 소신껏 일하게 도와야 옳다.

연말 연초 몇몇 충청출향 명사 모임 등에서도 그런 얘기들이 나왔다. 이원종 충북지사의 `아름다운 퇴장`에 대한 격찬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충청도 정치가 반듯하면 나라가 반듯해진다는 얘기가 주류였다. 충청도가 곧게 가야 세상이 바로 선다는 요지였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자성이 실려 있다. 지난 정치를 꺼내들지 않아도, 빈번한 선거에서 애국충절의 충청인의 혼과 올곧은 선비정신, 지조와 절개가 꺾이고 지역마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갈등과 분열상에 대한 자조에 가까웠다.

충청 명사 중에는 ‘충청도 때문에 나라가 잘못됐다’, ‘충청도 엉터리 정치인을 뽑아서 이 나라 정치가 엉터리가 됐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자는 직설도 적잖았다. 과거와 남을 탓할게 아니라 충청도부터 새롭게 변해보자는 제안들이었다.

올 5·31 지방 동시 선거를 시작으로 내년 말 제 18대 대통령선거, 2008년 국회의원선거까지 3년 거푸 선거일정이 잡혀있다. 충청도 정치부터 곧게 세울 기회이자, 이 나라 정치와 역사를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터닝 포인트(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뽑고, 일하게 후원해야

좋은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 선택이 우선이다. 꼼수 정치인, 연줄이나 다른 정파에 기웃대는 함량 미달정치인을 뽑아 물을 흐리게 해서는 안된다. 투철한 애국심, 분명한 정치 소신, 빼어난 능력과 자질, 전문성, 상식과 원칙을 존중하는 건강한 이념에다 탁월한 리더십 등을 갖추고, 애끓는 민심을 보듬어 국민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인물들을 골라내야 정치에 희망이 온다.

이것만으로 좋은 정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무를 심고나면 잡초를 거두고, 물과 거름도 주어 기둥과 줄기를 튼실하게 하여, 과실을 맺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뽑았으면 북돋아주고, 감싸주고 후원하여 바르게 일하도록 해야 한다. 뽑고 나서 욕하려면 뭐 하러 뽑나.

잘못된 3김 정치 탓만 할 것이 아니다. 유권자도 골병든 3김 정치문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유권자 혁명으로 찌든 그 문화를 바꿀 수 있었음에도 지역주의에, 돈과 선동 정치 등에 매몰되어 오랜 기간 방치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제 손으로 찍어놓고부터 엉터리 정치를 비난한 일이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남을 탓하고, 시행 오류와 심한 정치격돌, 파행에만 눈과 귀가 쏠려 냉소를 보이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뽑는데 그칠게 아니다. 감시의 회초리를 들려면 반대로 그들이 제대로 일하게 후원하는 일도 이에 못지않다. 좋은 정치, 정치인을 만들려면 `인물선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오는 31일 예비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나서는 5·31 지방 동시 선거는 좋은 정치·정치인을 만드는 출발점이다.<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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