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미 한인 의학자가 ‘인공혈액’을 개발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미국 브라운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재미교포 김해원 박사는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되는 혈액의 적혈구를 이용해 응급 환자용 ‘산소운반체’를 개발해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헌혈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김 교수의 연구는 환자나 의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인공혈액이 개발됐다고 해서 사람의 혈액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혈액은 상당한 장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혈액은 보관기관이 3주에 불과하지만 인공혈액은 1년 가까이 보관할 수 있고 폐기될 혈액을 재활용하는 것이기에 혈액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무균화 처리를 강력하게 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하는 데 따른 감염의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이처럼 혈액형에 상관없이 수혈할 수 있고 병원균을 옮기지 않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인공혈액의 개발은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특히 응급환자, 지진이나 기타 재해시 부상자, 전시에 부상당한 병사들에 대한 응급 수혈용으로 인공혈액이 주목받아 왔다.

유수의 생명공학 회사들이 부작용을 줄인 인공혈액 개발에 발벗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제품들은 이미 임상시험을 끝내고 실제 응급환자한테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인공혈액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 바이오퓨어사, 노스피얼드 래보러토리스, 캐나다 헤모졸, 일본의 와세다대학 등이다. 현재 임상에 들어간 인공혈액 종류만도 10여 가지가 넘을 정도다.

바이오퓨어사는 1997년 개 수혈용인 ‘옥시글로빈’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소의 혈액 중 헤모글로빈만 골라내 만든 인공혈액을 이종인 개에게 수혈하는 용도로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고혈압 발생 등 부작용이 심해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반면 노스피얼드 래보러토리스의 ‘폴리헴’은 구급차용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으며, 헤모졸사의 경우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응급환자에게 수혈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해 와세다, 게이오대, 구마모토대 공동연구팀이 혈중 단백질인 알부민에 산소 운반 능력을 부여한 인공혈액을 개발했다.

이 연구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동안 인공혈액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로 꼽혔던 고혈압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연구팀은 알부민이 혈압을 유지하고, 여러가지 물질을 체내에 운반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알부민에 헤모글로빈과 마찬가지로 철분을 주로 갖는 헴이라는 분자를 집어 넣어 알부민헴을 만든 뒤, 폐에서 산소를 흡수해 체내의 각 조직으로 운반해 방출토록 하는 기능을 갖도록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알부민헴은 크기가 적혈구보다 작기 때문에 혈전이 생긴 부분에도 산소를 공급할 수 있어 뇌경색 등의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장기간 수혈을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는 인공혈액을 쓰기 위해서는 조직 거부 반응과 안정성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소공급 이외에 영양공급, 노폐물 배출, 면역기능 등은 엄두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무리 인공혈액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헌혈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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