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무료급식소 운영시작
오는 4월 30일 오후 9시 바자회 개최

박말순 실장(오른쪽)이 적십자사 천안봉사관에서 배식을 하고 있다. 사진=적십자사 천안봉사관 제공
박말순 실장(오른쪽)이 적십자사 천안봉사관에서 배식을 하고 있다. 사진=적십자사 천안봉사관 제공

[천안]대한적십자사 천안봉사관 앞 마당에는 매일 오전 11시면 긴 줄이 늘어선다. 점심 한끼를 해결하기 위한 줄이다. 코로나19로 많은 급식소가 문을 닫은 요즘 천안봉사관의 급식은 취약계층에겐 그야말로 `일용할 양식`이다. 천안봉사관의 급식봉사는 올해로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박말순 천안봉사관 봉사실장(67)은 급식소가 시작된 1998년부터 이 곳을 이끌어오고 있다. 천안의 공원과 터미널, 역에서 IMF로 갈 곳 잃은 노숙인, 실직한 사람들을 목격한 즈음 부터다. 박 실장은 "봉사자들과 회의를 하다보니 급식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모아졌다"며 "하지만 당시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실장을 비롯해 주낙희, 백장숙, 현석은, 최종분씨 봉사자 5명이 의기투합했다. 예산이 없던 봉사자들은 식재료를 조금씩 갹출했다. 아파트 앞에서 바자회를 열고 청과시장에서 식자재 후원을 구하기도 했다. 마땅한 장소도 없어 천안봉사관 건물 옆에 판넬을 조립해 임시 급식소로 사용했다. 무료급식을 한다는 소식에 노숙인들이 몰려들었다. 초기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지만 급식소를 응원하는 온정들도 쌓였다. 봉사자는 어느 덧 100여 명으로 늘었고 급식소는 노숙인 뿐 아니라 고령인, 장애인 등 지역의 취약계층을 보살피고 있다. 급식소의 도움을 받았던 몇몇 노숙인들은 자립해 매달 급식소에 기부도 하고 있다. 박 실장은 이 공로로 지난 2014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비롯해 유재라 봉사상, 자랑스러운 충남인상, 유관순상 등 주요 봉사상을 수상했다. 그는 받은 상금 전액을 급식소에 기부했다.

천안봉사관은 2011년부터 매년 4월 급식 예산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열고 있다. 후원에만 의존하기에는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바자회는 시작부터 반응이 좋았다. 베푸는 마음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질 좋은 상품에 놀란다고 한다. 봉사자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참기름, 들기름, 된장, 청국장은 지역에서 유명하다. 바자회 초기에는 티켓 5000장 판매가 목표였지만 이제는 최소 1만 장을 준비하고 있다. 바자회로 급식예산의 20~30%를 충당하고 있다. 천안봉사관은 오는 4월 30일 10번째 바자회를 개최한다.

박 실장은 "더 많은 사람에게 질 좋은 식단을 제공하고 싶다"며 "혼자만으로는 안 된다. 더 많은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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