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정감록에 의하면 미래는 정도령(鄭道令)의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실제로 선거에 출마한 정씨 성을 가진 정치인은 마치 자신이 정도령인 것처럼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도령은 특정 성씨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바로 정도(正道)를 가진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간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의미로 보면 세상은 이미 정도령(正道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도령 시대가 열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인터넷과 SNS의 발달이다. 이 분야의 과학기술이 발달해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어 세계가 상호 연결되고 개인과 개인, 개인과 국가가 소통하는 시대가 열렸다. 개인이 세상과의 소통이 거의 단절됐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개인이 얼마든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개인이 정보통신매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특정 언론매체가 여론과 정보를 주도하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여론도 형성하고 정보도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도 있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다. 그래서 불합리하거나 부도덕한 일이 일어나면 누군가가 나서서 세상에 알린다. 어느새 그 사람의 신상과 언행의 전모가 밝혀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과거시대에는 명암의 엇갈림이 심했다. 어둠의 늪이 깊었기 때문에 권력과 능력이 있으면 언론 통제를 통해 잘못을 감추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어둠의 늪이 거의 사라지고 밝은 세상이 열려서 잘못을 숨기거나 사람들의 입을 막을 방법이 없다. 우리는 과거에 실력과 능력을 갖추고 출세의 가도를 달리던 사람이 인사 검증에 걸려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밝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세상의 표적이 되지 말든지 아니면 인성을 갖춰 자신이 떳떳해야 한다. 세상에 나가 일하려면 누군가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성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미래인재로 성장하는 길이다. 그동안 인재의 기준으로 능력과 실력을 내세웠다. 능력과 실력을 갖추고도 세상에 나가 리더로서 실패한 사람이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들이 실패한 원인을 분석해보면 대개 인성 문제가 제일 컸다. 도덕성의 부족, 독선적인 성품, 과감한 판단력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인성이란 쉽게 말하지만 결코 이해하기 쉬운 말이 아니다. 이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의 총합이다. 자기관리를 비롯해 남과 공감할 수 있는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의식 등 모든 역량을 포함하는 말이다. 이제는 인성이 역량이며 실력인 세상이 됐다. 인성의 기본은 도덕이다. 도덕은 단순히 윤리규범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 변화를 통찰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투명해졌고 사람들의 욕망은 한없고 다양하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야만 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도덕을 갖추고 문화적 역량만이 살길이다. 도덕에 기반한 인성을 갖추고 동시에 문화를 통해 세상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비판정신과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진정한 인재이다. 이는 BTS와 드라마 파친코가 입증해주고 있다. BTS는 건전한 사고로 세계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으며 파친코는 차별과 멸시를 받았던 이민자 가족의 삶을 통해 한 국가의 부도덕성을 드러내고 보편적인 가치를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젊은 세대가 정도령 시대를 맞이하여 공평과 정의에 맞는 꿈을 활짝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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