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째 지속가능한 취미생활 결정체
해설과 감상·유머로 새로운 통찰까지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만 5000원)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젊은 시절 재즈 카페를 운영했던 저자는 본업에 충실하며 클래식도 즐겨 듣는다. 그의 작품엔 클래식과 재즈, 록,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스며들어있다. 다만 저자가 레코드를 사고 듣는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순하다. 때론 재킷이 멋있어서, 그냥 저렴해서 덥석 집었다. 그야말로 중구난방 모았단다. 하지만 그 속에도 기본적인 `취향`은 있고, 독자들은 그 속에 담긴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실제로 저자는 `어떤 레코드는 틀기만 하면 잠이 들어버리는 탓에 낮잠의 배경음악으로 애용한다`고도 밝힌다. 그렇게 60여 년간 수집한 음반이 1만 5000여 장. 그 중 486장을 골라 자신의 인상과 경험을 이 책에 곁들였다.

같은 곡이지만 연주자와 지휘자가 다른 4-5개 음반을 한 편에 1-2장씩 짧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100개의 소개 글을 묶었다. `어쩌다보니 모여버린` 음반 목록들 중엔 차이콥스키와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바흐 등 작곡가들의 교향곡·협주곡을 비롯해 오페라와 무용음악까지 다양한 작품이 포함돼 있다. 더불어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중 `핀란디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포욜라의 딸`이나 프로코피에프의 곡들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 세계와 연결된 음악도 만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숲`에는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이 등장해 인물의 심리와 취향을 효과적으로 드러냈고, 소설집 `일인칭 단수`에는 슈만의 곡 제목에서 따온 단편 `사육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태엽 감는 새`의 첫 장은 로시니 오페라 `도둑까치`로 열었다. 또,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대공`은 `해변의 카프카`에 등장한 작품이다. 그간 저자의 작품에서 접해온 `하루키 월드`의 흔적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오래된 먼지투성이 레코드를 싼값에 데려와 최대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내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라며 아날로그 음반의 물성을 예찬하는 저자의 태도는 무언가에 애착을 갖고 수집해 본 사람들, 나아가 독자들에게 색다른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 클래식 애호가에겐 저자의 해설과 감상을 통해 곡과 음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보물 같은 책이다. 여기에 하루키 에세이 특유의 입담과 유머, 소소한 일상이 곁들여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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