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대상자 사망하자 기부 결심
2020년도 코로나19 취약계층 위해 4차례 기부도

익명을 요구한 서산시에 사는 한 80대 노인이 산불피해를 입은 지역민들에게 써 달라며 편지와 함께 수표를 서산시청에 전달했다. 사진=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익명을 요구한 서산시에 사는 한 80대 노인이 산불피해를 입은 지역민들에게 써 달라며 편지와 함께 수표를 서산시청에 전달했다. 사진=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울진시민 여러분께. 여러분과 함께 한 국민이 있으니까 빠른 복구 될 걸로 믿으면서 여러분 사랑합니다"

A4지에 사인펜으로 꾹꾹 눌러 쓴 글 아래에 서산시의 한 농협에서 발행한 액면가로 1000만 원이 넘는 수표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자신이 누구이기를 밝히기 꺼린 80대 노인은 15일 서산시청을 찾아 산불 피해지역에 써 달라며 이 A4지 한 장을 놓고 갔다. 수표에 담긴 액수는 정확히 1024만 9522원이다. 시는 이 노인의 뜻과 수표를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이 노인이 산불피해 지역민들을 위해 성금을 전달하게 된 후일담이 짠하다.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노인은 자신이 맡은 요양보호대상자가 건강해지면 함께 필리핀에 봉사활동을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봉사활동 경비로 쓰기 위해 요양보호사를 하면서 받은 급여를 차곡차곡 모아왔다. 그런데, 이 요양보호대상자가 숨을 거두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고민을 하다 최근 큰 산불로 피해를 입은 피해지역민들을 위해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어려운 형편에도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받은 급여를 모아 요양보호대상자가 건강해지면 함께 필리핀 봉사를 가기 위해 모아 놨으나 최근 요양 보호 대상자가 사망하면서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노인은 2020년에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해 4차례에 걸쳐 198만 원을 기탁했고, 지난해에도 서산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 15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고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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