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 건축공학부 교수
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 건축공학부 교수

성경 중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바벨탑이다. "자,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라고 성경은 말한다. 벽돌을 굽는 행위는 강도를 높이고 역청은 방수·접착을 의미하는 건축 기술이다. 바벨탑 이야기는 건축의 역사이며 다양한 언어와 문화의 기원이라고 한다. 고대 인류가 정착생활하지 않고 유목생활하던 시대에 잦은 거주지 이동이 새로운 재료를 등장시킨다. 바로 시멘트다. 유목민이 석회석에 굴을 파서 생활하던 중 우연히 빗물에 석회석이 녹아내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딱딱하게 굳어지는 성질을 알게 된다. 이것이 고대의 시멘트이며 이집트 피라미드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구라트(Ziggurat)에 적용된다.

고대 로마시대 콜로세움과 판테온 신전 건축에도 자연산 화산재를 포졸란이라 부르는 재료를 사용했고 고대 콘크리트의 기원이 된다. 서기 126년 완공된 판테온 신전의 돔(Dome) 지붕 지름은 43m로 19세기까지도 판테온 신전을 넘는 건축물이 없었다. 돔 지붕 안쪽은 현대 콘크리트처럼 파쇄한 돌을 사용하고 거푸집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현대 콘크리트의 시초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바벨탑 이후 고층 건축물을 향한 인간의 열망은 13세기 런던의 올드 세인트 폴 대성당 149m를 비롯해 19세기 독일 쾰른 대성당 157m에 이르게 된다. 주로 교회와 성당이 그 대상이었다. 이 시기 건축 재료는 주로 석재를 축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18세기부터 영국 벽돌공이 현대의 시멘트에 해당하는 포틀랜드 시멘트를 개발하기에 이르렀으며 본격적인 콘크리트 시대를 열게 된다.

그 후 압축에는 강하나 인장에는 약한 콘크리트 성질을 보강하기 위해 인장에 강한 철근을 같이 사용하게 되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다. 철골 재료를 사용한 건축물도 많이 있지만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 비할 바는 아니다. 현존하는 가장 높은 건축물이 삼성물산 시공으로 더 유명해진 828m 두바이 부르즈할리파(Burj Khalifa)다. 할리파는 지상부터 584m까지 철근콘크리트 구조이며 그 위로는 244m 통신용 철골 첨탑으로 구성됐다. 국내 건축시공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일어났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여름 광주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던 그 추위 속에 광주에서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말도 되지 않는 사고가 일어나고야 말았다. 두 건의 사고는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서 발생한 사고다. 2000년을 버티는 판테온도 있건만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번 사고 발생 2주가 지났음에도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추위 속에 발을 동동 구르며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또 어떠한가. 국내 건설산업 노동자 10만 명 당 사고사망자 수는 2017년 기준으로 우리가 OECD 평균 8.29명의 세 배 이상인 25.4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우리는 6·25전쟁 폐허에서 다시 일어선 민족이다. 그러다 보니 급하게 살아온 것 서둘러 해온 것이 있다. `빨리빨리`에만 매몰돼 일해온 시절이 있었다. 되돌아보면 춥고 배고팠던 시절엔 연탄과 밥만이, 산업화의 과정에서는 수출만이, 선진화 과정에서는 노사갈등이 화두였다.

작금의 화두는 무엇일까 자문해 보면 그것은 건설안전 나아가 산업안전일 것이다. 안전사고로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 진시황 시절 가의라는 사람의 `전거지감`이란 말이 있다. 앞에 간 수레를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을 말한다.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면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똑같은 결론으로 우리를 내몰 것이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 또한 맥을 같이 한다.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기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려니."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화 성지다. 광주를 이제 대한민국이 다시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는 산업안전의 성지로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다. 참으로 부끄럽고 늦은 기도지만 실종된 그 분들의 무사하심과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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