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화재 사고로 생산시설 2개 동이 소실된 아산 귀뚜라미 공장의 탈법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중 지난해 아산시가 귀뚜라미 공장 건출물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20건의 위반 행위를 적발한 사실이 눈에 띈다. 한두 차례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다반사로 불법, 탈법을 서슴지 않은 것이며 그 행태가 놀라울 따름이다. 소방당국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소방안전 시설도 미흡 부분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에 저촉되는 상황은 아니라지만 귀뚜라미 공장의 규모와 직원들 안전을 감안할 때 이 또한 쉽게 용인되기 어려운 특이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산 귀뚜라미 공장에서 화재가 나자 지역민들의 안타까움이 적지 않았다. 지역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한편, 일자리를 잃게 된 협력업체 등을 포함한 공장 직원들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기는 심정에서였다. 그랬는데 귀뚜라미 공장내에서 있었던 여러 위법한 행태를 보면 적잖이 실망감이 교차한다. 우선 관성화돼온 건축법 위반 부분이 꼽힌다. 적발된 건수가 많았다는 것은 행정당국 단속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위반사항 절반 이상이 지난 번 화재로 못 쓰게 된 피해 동 구역에 집중돼 있었다고 한다. 화재로 법 위반 건축물은 사라졌다지만 이런 식으로 불법 가설물들을 설치해 공장을 가동해왔다는 사실에 당혹감이 앞선다. 생산라인이 있는 공장 내부에 불법 시설인 창고, 사무실, 기계보호시설 등을 가설하는 행위는 안전사고 위험성을 키우게 됨은 물론이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자산 투입의 기동성을 떨어트리기 십상이다. 나아가 귀뚜라미 공장의 소방설비 미흡도 중대한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규모로 보나 시설 가동에 투입되는 직원 수로 보나 공장동에 자동화재속보장비, 스프링클러 등 설비를 갖추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던 상황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곧바로 풀린다. 법적 의무사항을 교묘히 회피하거나 혹은 법규정을 역이용하기에 급급했다는 정황증거가 널려있는 까닭이다. 생산 실적을 올리는 것만 중요하게 여겼으며 그런 실적주의 논리 앞에서 건축법, 소방안전관리 관련 법등은 안중에 두지 않은 귀뚜라미 공장이다. 대꾸할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