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최근 들어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말들이 무성하다. 말 한마디에 민심의 향방이 엇갈리기도 하며 여론이 비등하기도 한다. 상대방을 공격하고 후보자를 옹호하는 말들을 듣고 유권자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말이란 사고의 표현 수단이다. 자신의 뜻과 생각을 음성이나 문자기호로 표현되는 것이 말이다. 말을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알기도 하고 내 뜻을 전하기도 한다. 사람은 지략(智略)이 있어서 말과 속셈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 말을 듣고 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 회의 석상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번은 총장이 주요보직자가 모인 자리에서 중요한 지시를 내렸다. 바로 보직자들이 별도의 장소에 모여 회의하는데 총장에게 들은 말도 다르고 그에 대한 이해도 달랐다. 다 함께 총장의 말을 들었지만 각자 입장에서 필요한 대목만 기억하고 이해한 대로 말한 것이다. 결국 평소 총장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의견에 따라 일을 처리한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 듣기도 어렵거나와 자신의 뜻을 자신의 의도대로 전달하기도 어렵다. 부적절한 용어와 어기(語氣)는 자칫 자신의 의도와 전혀 다른 뜻으로 해석되어 오해를 빗거나 자신의 속셈을 드러내기도 한다. 듣는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다익선(多多益善)의 고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장수가 한신(韓信)이다. 한신은 전술과 전략에서 유능한 장수였다. 어느 날 연회에서 술에 취한 한신이 장수의 능력에 대해서 큰 소리로 평가하고 있었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유방(劉邦)이 한신에게 물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군사를 거느릴 수 있소", "폐하는 불과 10만 정도입니다", "그대는 얼마나 거느릴 수 있소", "저는 다다익선입니다", "다다익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어쩌다가 내 밑에 있소". 한신이 폐하의 군사 10만은 저 같은 장수 10만이라고 임기응변으로 대답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유방의 머릿속에는 한신을 제거하려는 뜻이 굳어져 있었다.

많은 말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속셈이 드러난다. 유방은 한신의 실언 속에서 그의 속마음을 알아챘다. 말하는 사람은 항상 말을 삼가서 조심해야 하고 듣는 사람은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자는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不知言 無以知人也)고 했다. 맹자는 부동심(不動心)하는 방법 중 하나로 지언(知言)을 말하였다. 지언의 방법은 네 가지가 있다. 편협한 말(피사)에는 그의 마음속에서 가려진 바를 알며, 음탕한 말(음사)에는 그의 마음이 빠져 있는 바를 알며, 간사한 말(사사)에는 그의 마음속에서 도리에서 벗어난 바를 알며, 회피하는 말(둔사)에는 그의 마음속에 곤궁한 바를 아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생기면 정치를 해치고 정치를 펴서 하려는 그 일을 망친다고 했다.

수많은 언론매체에서 쏟아지는 말들을 듣고 우리가 현명하게 판단하고 사고하려면 말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우리 미래가 달린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인이 보수든 진보든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현실 문제를 더 명확하게 해결해주고 국가의 미래 비전을 진취적으로 제시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맹자의 지언을 통해 현재 대통령 후보들의 말을 분석해보면 어떨까. 그들이 하는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으면 현명하게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나부터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함을. 선입견은 모든 판단을 왜곡하는 시초이기 때문이다.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