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63일 앞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고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윤 후보는 5일 기자회견을 갖고 매머드급 선대위를 정리하고 실무형 선대본부의 출범을 선언했다. 이는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반전을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기존의 선대위 해산과 동시에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후보 중심의 기동력 있는 선대본부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결단은 벼랑 끝에서 국면 전환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지지율이 10% 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여론조사까지 나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후보 입장에서는 극약 처방이라도 내려 보수층을 결집하고, 지지율 반등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더 늦기 전에 제기능을 못하는 선대위를 정리하고 터닝포인트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출범 후 지금까지 뭐 하나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 출발 당시부터 김 위원장 영입을 두고 삐거덕거렸고, 이후 대선 후보의 리스크 관리나 정책 개발에도 소홀했다. 윤 후보 스스로도 잦은 말실수와 처가 문제에 대한 `뒷북 사과`로 국민들에게 실망만 줬다.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갈등을 방치하다시피 한 것은 뼈아프다. 이유야 어찌 됐던 이 대표가 선대위 상임위원장 자리를 던지면서 윤 후보는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윤 후보의 이번 선택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아직 미지수다. 국민들에게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이게 오롯이 지지율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한번 마음이 떠난 중도층과 2030 세대가 다시 윤 후보에게 돌아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떠나고 이 대표와도 데면데면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윤 후보의 리더십은 더 의심받게 된다. 당내 인사도 품지 못하는 후보가 중도층과 2030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선대위가 문패를 바꿨다고 하루아침에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은 윤 후보부터 일신해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후보 이미지 관리나 정책 개발은 그다음 일이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선과 오만의 리더십으로 비칠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