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실질적 출발이 시작됐다. `2050 탄소중립선언`,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2월 23일 건물·수송 부문의 `국토교통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이 수립·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5년 12월 12일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후 이를 대비하기 위해 2019년 6월 제로에너지건축물 단계적 의무화 발표로 본격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가 시행된 바 있다. 2020년부터 공공건물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ZEB 5등급)가 시행(1000㎡ 이상, 공동주택 제외)되었다. 앞으로 2023년 공공 건축물(500㎡ 이상) 의무화(5등급)가, 2025년 공공 건축물(500㎡ 이상) 의무 강화(4등급 수준), 민간 건축물(1000㎡ 이상) 의무화(5등급), 공동주택 30세대 이상 의무화가 예정되었다. 또 2030년까지 공공 건축물(500㎡ 이상) 의무 강화(3등급 수준), 민간 건축물(500㎡ 이상) 의무화(5등급)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중 2025년으로 예정된 공동주택에 대해서 이번 로드맵을 통해 공공분양·임대 기준 2023년(민간 분양·임대는 2024년)으로 그 적용 시점이 앞당겨지게 되었다. 이러한 신축건축물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이외에 그린리모델링 역시 사전 준비를 거쳐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 시행이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제는 정말 우리의 건축이 변화해야 할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소위 친환경 건축물과 일반 건축물이 구분되던 상황이 끝나고 모든 건축물이 친환경 건축물과 동일시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축물들이 에너지 효율화를 넘어 제로에너지 건축물 기준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신축과 기축 건축물 모두 해당되는 이슈다. 문제는 여전히 건축물 계획과 에너지 제로화 계획이 분리되어 인식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업무들 역시 분리되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전자는 건축사에 의해, 후자는 친환경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두 계획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다 선 건축계획 수립, 후 인증기준 달성 계획 수립 순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신축이거나 건축물 에너지 절감 목표가 낮은 경우에는 이러한 방식으로도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점점 건축물 효율화를 넘어 제로 에너지화로 그 목표가 높아지고, 신축을 넘어 기축 건축물로 그 목표와 대상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전형적인 업역 구분은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점점 건축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화 및 재생에너지 생산 성능을 의미하는 패시브 요소보다는 계획 수립 이후에 적용이 가능한 액티브 요소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점차 건축물 계획 자체보다는 에너지, 기계, 전기 등의 분야별 전문가들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다. 반대로 건축사의 역할과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건축계획의 힘은 사용자의 행위를 유도·조절하고, 그 잠재적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적으로 계획된 건축물의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약적인 행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고려 없는 에너지 효율화 건축물은 고효율 기계·설비에만 의존하게 되고, 이것들의 도움으로 당장은 에너지 소비량이 절감될 것이나 중장기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량이 다시 증가될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을 에너지 리바운드 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건축을 향한 새로운 역할과 도전에 건축사의 적응과 노력이 필요할 시점이다. 계획이 갖고 있는 힘과 가능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기축 건축물 리모델링에서의 계획의 중요성 역시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건축사는 에너지 전문가로서의 또 다른 옷을 덧입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건축 교육도 변화가 필요하고, 에너지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건축을 향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건원 교수(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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