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최근 우연찮게 지역의 한 대학생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 그는 코로나 19가 터졌던 2020년 대학 새내기가 되었으나 2년이 흐른 지금껏 캠퍼스에 간 날은 손가락으로 꼽는다고 한숨부터 쉬었다. 그에게 비대면 영상 강의는 낯설고 모니터에 등장하는 교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은 어색하기만 했다. 하루종일 집에서 온라인 강의에 몰입하기가 답답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그러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영상강의에 적응하고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게 편안해진 스스로에게 놀랐다고 한다.

더욱 신기한 사실은 지난해 하반기 백신접종이 확대되면서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자 조만간 대면강의를 위해 등교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 대신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한다. 북적대는 대중교통 등하교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같은 과 학생들과 교수님의 얼굴을 대하기가 어색하다며 은근히 현재의 상태가 지속되길 바랐다.

이쯤 되면 일상생활에서도 `관성의 법칙`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코로나 19의 불편함에도 그때그때 일상에 녹아드는 호모사피엔스의 적응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코로나 19 이후 인간의 행태연구에 자주 언급된 문화인류학자 칼레르보 오베르그의 문화충격이론이 이 대학생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

오베르그는 새로운 문화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기존에 익숙했던 문화가 산산이 부서졌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문화충격이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를 접했을 때 처음에는 감당하기 버거운 스트레스를 받다가 6개월을 기점으로 점차 적응기에 진입하고 1-2년이 지나면 완전히 적응한다는 논리다.

인간 행동 연구 심리학자이자 `해빗(HABIT)`의 저자 웬디 우드의 학설도 흥미롭다. 사람은 낯선 특정 행위가 반복되더라도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면 습관으로 굳어진다고 보았다. 자동차속도제한을 예로 든다면 시내에서 시속 30-50㎞이하로 주행해야 하는 새로운 법규는 아직까지 기존 운전자들로부터 적잖은 반발을 사고 있다. 그동안 스쿨존이나 어린이보호구역 할 것 없이 시속 60㎞ 주행이 몸에 익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약이듯 5030제도가 교통약자 사고 예방에 큰 효과가 나타난다는 확신이 확대되고 5030제도 시행 이후 면허를 딴 신규 운전자(이들은 60㎞ 속도 제한 경험이 없다)가 늘어나면 새 법규는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삶도 마찬가지다. 향후 일상이 `비대면`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대면`으로 회복되느냐의 관건은 어느 행동이 더 큰 즐거움을 주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 백신 3차 접종이 속도를 내고 치료제 처방도 임박한 상황에서 지난 연말에 시행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022년에는 새로운 일상 즉 `뉴 노멀` (New Normal)이 정립되기 시작할 것이다.

일례로 직장의 회식문화는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 확실하다. 마스크 착용은 이미 뉴 노멀로 정착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다수간 대면 접촉을 피하는 여행문화인 캠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캠핑인구는 2019년 600만 명에서 2021년 700만 명을 넘어섰고 캠핑장 예약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행정안전부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2021년 6월부터 전국 국공립 휴양림과 캠핑장 정보를 `공유누리`를 통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더라도 많은 사람이 갈망하는 해외여행은 불안심리 작용으로 당장 급증세를 타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내여행이 피크를 이뤄 각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필요하다.

일상속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사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규범이기에 초기 형성과정에서 면밀한 검토와 함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마스크 착용 규범, 재택근무 준비 태세, 해외여행·공공장소 방역 시스템, 회의·모임 수칙 등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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