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거주자 3명 중 2명이 지방은행 설립에 찬성한다는 유의미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남도가 지난달 말 대전과 세종, 충남·북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방은행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639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289명은 `불필요하다`, 72명은 `모른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번 조사는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배 이상 많이 나왔다는데 방점이 찍힌다.

충남도의 지난 6월 조사와 비교하면 `필요하다`는 응답은 5.5%p 늘어난 반면 `불필요하다`와 `모른다`는 대답은 소폭 줄어들었다. 이런 결과는 지방은행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지역민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민들은 지방은행이 왜 필요한지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서민계층 지원, 지자체 연계 사업, 지역 중기 육성, 지역사회 공헌 활동 등을 지방은행 설립 이유로 들었다. 하나같이 시중은행이 못하거나 마다하는 사업들이다.

지방은행 설립은 지역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고, 미우나 고우나 지역민들과 생사를 같이 할 수밖에 없는 게 지방은행이다. 자금 확보 단계에서부터 지자체 예산뿐 아니라 도민 공모주를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은행 설립 절차를 마치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나 노하우에서 뒤지는 지방은행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역민들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지방은행 설립은 이제 첫 단추를 뀄고 출발점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이달 초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이 내포신도시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고, 지난주에는 4개 시도의회 의장이 손을 잡았다. 지방은행 설립은 관 주도로 시작됐지만 지역민들의 호응도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충청권은 IMF 외환위기 이후 23년 동안 지역금융의 불모지로 남아 있다. 다른 지방에는 다 있는 지방은행이 충청권엔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십 년 전 정치공학적 또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잃어버린 향토은행을 이제 되찾아 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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