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선대위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이달 초 울산 회동으로 갈등을 봉합한 게 엊그제 같은데 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의 항명성 발언으로 시작된 갈등이 이 대표의 선대위직 사퇴 선언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조 단장이 20일 회의에서 후보 배우자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불거졌다. 이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이 자신을 공격하는 보도부터 정리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조 단장이 "난 후보의 지시만 받는다"고 말해 사달이 났다. 조 단장은 회의 후 즉각 사과했지만 당일 오후 이 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채널 영상을 기자들과 공유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윤 후보의 측근인 장제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당 대표의 옹졸한 자기 정치"를 언급하며 이 대표를 저격했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내분을 보면 오합지졸이 따로 없다. 공약 개발이나 비전 제시는 뒷전이고 서로 힘자랑에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사들의 `당 대표 흔들기`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을 맡고 있는 당 대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 대표는 0선의 30대 정치인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당 대표에 당선된 인물이다. 당의 보수적 이미지를 상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정치인으로 20-30대 젊은이를 대변할 수 있는 당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윤 후보 캠프의 일부 인사들은 이 대표를 그저 `아들 뻘 정치인` 정도로 폄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론이 훨씬 우세한데도 이런 프리미엄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의 갈등이 지속된다면 정권교체론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이러고서도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윤 후보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받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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