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바꿔, 바꿔"

요즘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정치권의 화두다. 낡은 것은 거두고 새로운 법과 제도의 혁신이다. 물론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새로운 법과 제도에 대한 당위성은 차치하고서라도 혁신은 쉽지 않다. 국민과 상대 정파(政派)를 설득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혁신의 어려움은 동서고금을 통해 마찬가지다. 조선 중기 율곡 이이는 조선 왕 선조 앞에 돈수백배(頓首百拜)하고 간청한다. "왜적과 오랑캐 침입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군대를 양성할 것을 주청(奏請)하옵나이다." 율곡은 선조 앞에서 10만 양병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조와 상대 정파들은 시큰둥 한다. 그들은 특별한 왜적 침입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그 많은 군대를 양성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율곡 역시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양병설을 통해 경장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경장(更張)이란 혁신의 다른 표현으로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잡는다는 의미로 묵은 법과 제도를 다시 고쳐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율곡은 주청을 이어간다.

"좌이대망(坐而待忘), 숙약경장(熟若更張)

앉아서 망하느니 차라리 경장을 하면 어떠하옵나이까?"

그러나 반대 정파들은 태평성대에 군대양성을 해야 한다는 율곡의 주청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 결과 선조는 초기에 임진왜란을 막아내지 못하고 의주로 몽진(蒙塵)을 해야 하는 수모를 겪는다. 영국 비평가이며 역사가 토마스 카알라일(Thomas Carlyle) 역시 법과 제도는 의상과 같아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고쳐 입듯이 시대에 맞지 않으면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파한다.

사실 혁신은 달리는 기차 바퀴를 갈아 끼우듯 어려움이 있다. 다시 말해, 혁신은 변화를 반대하는 의견을 설득하거나 수용해야 하므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새 옷을 입을 땐 마음에 쏙 들지만 오래 입으면 낡아 기어 입거나 전문 재봉사에게 수선을 맡기듯, 시대에 부합되지 않은 낡은 법과 제도 역시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10만 양병설과 같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위한 혁신이라도 국민과 상대 정파의 설득이 우선 필요하다.

그래서 당나라 양신(良臣) 위징 역시 창업(創業) 보다 수성(守成)이 어려우며, 수성을 위해서는 쉽지 않을 혁신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들어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낡은 법과 제도를 바꿔보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다시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시대에 어느 정파의 혁신된 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지 두고 볼 일이다. 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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