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얼마 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장면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선명한 기억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도솔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서구예방접종센터가 처음 운영에 들어갔다. 수세적인 방역에서 벗어나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쥔 기분이었다. 접종센터에 도착한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표정도 그랬다. 어르신들은 가족과 이웃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팔을 걷었다.

또 한 장면을 꼽으라면, 지난 11월에 열린 대전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이다. 올해는 물론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2년 동안 크고 작은 축제나 행사가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때마침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전환, 위드(with)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축제를 개최할 수 있었다. 행사가 재개되었던 사실만으로 뜻깊었던 것은 아니다. 공연 무대와 아트마켓 등이 마련된 서구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에서 일상 회복을 향한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 캠페인을 위해 들렀던 한 카페 사장님도 잊을 수 없다. 영업 손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화를 삭이며 이렇게 말했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업소가 오히려 손해를 입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6월 경로당을 재개했을 때도 올 한 해 기억에 남는 장면 중의 하나다. 그때 만났던 한 어르신의 말씀이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다시 문 닫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소중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과 열망에도 상황은 엄중하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는 데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드(with) 코로나 단계로 전환한 여러 나라가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비교적 느슨한 방역정책을 고수했던 유럽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방역의 고삐를 조이는 정부가 늘고 있으며, 우리도 실내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시행에 들어갔다. 확산세가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기존의 대응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상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오는 12월 31일이 되면 코로나19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된 지 꼭 2년이 된다. 오미크론 등 잇단 변이의 등장으로 전 세계는 다시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전에 겪지 않았던 위기를 맞이하면서 바야흐로 `방역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바이러스의 공격은 지치지 않고 집요한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동의 가이드라인은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질문지를 받았는데 각자 답을 찾아 나서는 형국이다.

현재로서는 백신 접종, 특히 3차 접종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가장 효과적인 안전장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차 접종 완료자에 비해 3차 접종의 감염 예방효과는 10배, 중증화 예방효과는 20배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면역력이 저하되고 중환자의 절대다수를 차지고 있는 고령층에게 3차 접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초기 운영상의 문제와 일부 불편에도 불구하고 방역패스도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유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1년 시민들의 바람과 소망은 한결같았다. 코로나19 극복과 소중한 일상 회복. 그 소망이 이루어지느냐, 더 많은 희생을 치를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백신을 맞기 위해 팔을 걷었던, 오랜만에 경로당에 나온 어르신, 축제장에서 만난 시민, 매출 감소에도 방역수칙 준수에 앞장섰던 카페 사장님을 기억한다. 2021년 대전 거리에서 만났던 분들의 말씀과 행동에, 우리가 할 일이 있다. 정답이 있다. 2022년을 코로나19 극복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맨다.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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