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코로나 팬데믹 속에 변종을 지칭하는 그리스어 알파벳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이제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이라는 생소한 용어까지 등장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지난달 처음 보고됐으며, WHO 등록 변이 목록에서 열세 번째에 해당한다. 원래 그리스어 알파벳 상 13번째인 Xi(그리스어 발음은 크시, 중국어 발음은 시)로 명명될 순서였지만 `자국에 흔한 성씨와 유사하다`는 중국정부 항의를 받아들여 다음 순서 알파벳인 오미크론이 새로운 변이 명칭이 됐다.

오미크론 변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전파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우세 변종은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보고된 델타 변이인데, 올해 여름 국내 유입 후 확진자의 9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변이가 처음 보고된 남아공의 경우 불과 한 달 만에 델타 변이를 제치고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높은 전파력은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에 발생한 돌연변이의 다양성에 기인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매개체로 호흡기 점막 세포 표면에 부착되어 인체 내로 침입한다. 델타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16개 돌연변이가 있는 반면, 오미크론 변이는 32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돌연변이로 점막 세포 친화력이 증가해 높은 전파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높은 전파력에 더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오미크론 변이가 기 형성된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에 대한 회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 특성도 물론 스파이크 단백질에 발현된 돌연변이 덕분이다. 백신 접종에 의해 체내에 형성된 중화항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데, 타 변종에는 유효한 중화항체가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가 없거나 부족해지는 것이다.

최근 나온 화이자 회사 발표에 의하면 오미크론 변이는 자사 백신 2회 접종자의 중화항체 효력을 현저히 감소시키지만 3차 부스터샷을 맞으면 항체가 5배 정도 증가해 변이로 인한 중화항체 효력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달 말 아프리카에서 입국한 내국인 5명에게서 처음 확인됐다. 특히 이 중 2명은 백신접종 완료자였기에 귀국 후 이동 제한을 받지 않았다. 확진 전 수많은 밀접 접촉이 있었고 감염으로 이어졌다.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면 지역 사회 확산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은 이미 놓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현실적으로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는 것과 백신 부스터샷을 독려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그간의 고강도 거리두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에게 다시 같은 식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곤란하다. 취약층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필요한 수준의 거리두기는 당연히 강화해야겠지만, 일률적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고강도 거리두기를 재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다만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정말로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감염됐을 경우 치명률이 높은 층에 대한 부스터샷은 신속하게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 대상의 부스터샷 접종 결정은 신중했으면 좋겠다. 처음 백신이 등장하고 접종률이 올라가면 위드 코로나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희망일 뿐이었다. 이후 돌파 감염이 줄을 잇고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했다. 백신 부스터샷으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제약사 보도자료는 말한다. 하지만 그 효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할 것이다. 백신으로 위중증 감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일정 간격의 부스터샷이 계속 필요하다는 의미다.

백신 접종에 따른 국가적 비용 부담은 차치하고라도 접종을 받는 당사자 입장에서 접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사항이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백신 접종 횟수가 늘어나면 일정 비율로 부작용도 늘어날 것이다. 이제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그간의 자료와 엄밀한 효용성 평가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고 합리적인 지침이 나와주기를 바란다.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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