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중앙선대위가 어제 공식 출범했다. 윤 후보는 연설 전문을 통해 "이 지긋지긋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지겹도록 역겨운 위선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설문에서 정권 교체, 당 중심의 선거, 공정과 상식 등을 강조했는데 이런 언어들은 5개월 전 대선 출마 선언문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여전히 정권 교체, 공정과 상식에 갇혀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돌아보면 윤 후보는 대선 출마 후 지금까지 정책적으로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고, 대선 후보로서의 리더십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엔 선대위 출범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고, 캠프 내 인사들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다 보니 `윤핵관`이니 `문고리 3인방`이니 하는 말까지 나왔다.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 인선이 불투명해지고, 이준석 대표가 당무를 보이콧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러는 사이 윤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3-4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윤 후보는 41.2%,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37.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때 두 후보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는데 금세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이다. 민심은 냉정하고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선거는 유독 `비호감`에 민감한 선거인만큼 후보의 자기 관리와 내부 단속이 중요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윤 후보가 직접 나서 갈등을 봉합하고 새 출발을 다짐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대선 출마 5개월, 대선 후보 선출 한 달이 경과했는데도 뚜렷한 국정 청사진이 나오지 않아 의문부호가 찍힌다. 우리 사회에는 빈부 격차, 저출산·고령화, 중산층 붕괴, 가계 부채와 물가 상승, 부동산 문제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공정과 상식도 중요하지만 거대 담론만 가지고 선거를 치를 수는 없는 법이다. 청년들과 친숙하기 위해서는 `석열이형` 이미지보다는 제대로 된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선 후보 윤석열을 견인해 온 힘이 `공정과 상식`이었다면 이젠 이걸 뛰어넘는 정책과 국정 설계도를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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