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 (리처드 데이비스 지음·고기탁 옮김 / 부키 / 560쪽 / 2만 2000원)
고령화·디지털화·불평등화 '대격변' 요소 주목
'극한 경제 여행'으로 인류 생존·성장 방향 모색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이와 같은 `극한 상황`이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으며, 경제와 삶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향후 10년간 인류 운명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추세로 고령화·디지털화·불평등화를 제시한다. 현재도 우려를 자아내는 이 3가지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하면서 분열과 갈등을 증폭하고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전반에서 대격변을 불러올 수 있다.

4개 대륙의 9개국을 돌아다니며 500여 명을 인터뷰한 저자는 극한에 대비하려면 극한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이 전략에 따라 저자는 16만km를 가로지르는 "극한 경제 여행"을 떠난다. 이 책에서 만나는 여행지는 최선의 성공을 거둔 세 곳(아체·자타리·루이지애나)과 최악의 실패를 겪은 세 곳(다리엔·킨샤사·글래스고), 그리고 최첨단의 미래를 달리는 세 곳(아키타·탈린·산티아고)이다. 대부분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지만 극한 여행지로는 최고의 장소들이다. 일본 아키타현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이미 나타나고 있는 저출생과 고령화가 극심한 정부 재정 압박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에스토니아 탈린이 과학 기술 베팅과 디지털화로 옛 소련 국가 중 가장 급성장했음을 언급하며 문명의 발달이 초디지털 국가로의 진입을 부추기고 있음을 알린다. 또한 상위 10% 근로자의 소득 점유율이 50%를 크게 웃도는 칠레 산티아고의 경제 상황을 통해 `경제의 기적`과 함께 찾아온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곳들이 살아남아 회복하고 성장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반대로 최고의 조건을 갖춘 곳들이 참담한 실패와 몰락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박한 미래를 선도하는 곳들은 어떤 충격과 도전에 직면하며 어떻게 대응하는가?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자유시장 경제도, 정부 개입도 극단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며 `중도(中道)`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저자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살펴본 9개국의 경제·사회적 배경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고 경고하며 대응 체계와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과연 이 대격변의 도전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거기엔 어떤 위기와 기회가 도사리고 있을까? 어떤 자산이 우리를 생존과 회복, 성장으로 이끌까? 생생하고 감동적인 일상의 풍경과 현장의 목소리, 풍성하고 날카로운 연구 데이터와 역사를 오가는 여정 속에서 저자는 향후 몇십 년간 세상을 규정할 극한 시나리오와 거기에 맞설 생존 지도를 또렷이 그려 보인다.

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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