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재건축조합, 분양가 문제로 내년 8월쯤으로 연기 검토
분양가 현실화 명분 고분양가 심사제 오히려 주택공급 발목

대전지역 대규모 재건축사업장 두 곳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에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공동주택 1974채를 짓는 탄방1구역(숭어리샘)은 아예 후분양으로 돌아섰고, 2763가구에 달하는 대단지 용문1·2·3구역은 2022년 하반기 분양으로 조합 내부 방침을 굳혔다.코로나19 확산과 각종 행정절차 등으로 순연을 거듭하다 올해 분양이 확실시되던 양 재건축 대장주가 예상치 못한 분양가 규제에 갇혔다. 만연한 공급 부족에 집값이 치솟고 전세난이 심화하는 대전 주택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은 후분양과 분양 지연에 따른 역대급 고분양가 부담 가능성을 변수로 떠안게 됐다.

지난 10월 HUG에 분양가 심의를 신청하며 12월 분양을 예고했던 용문1·2·3구역 재건축조합은 일정을 늦춰 내년 8월쯤 공급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12월 분양에 맞춘 견본주택 공사도 중단했다. 조합과 HUG 간 분양가 셈법이 상이한 때문이다. 조합 측은 전용면적 85㎡ 아파트 매매가가 11억 5000만원 수준인 인근 e편한세상둔산1단지(탄방동)를 비교사업장 삼아 3.3㎡당 적어도 1750만원 이상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HUG는 100만원가량 낮은 분양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UG는 올 2월 전면 개정에 이어 불과 7개월 만에 고분양가 심사제를 일부 보완하면서 `인근사업장 선정기준`을 `사용검사일로부터 20년 이내`로 잡았다. 또 반경 500m 내 인근사업장이 2개 이하인 경우 1㎞까지 범위를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용문1·2·3구역의 인근사업장으로 준공 20년에 육박하는 삼성래미안(서구 가장동·2398가구) 단지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 아파트 85㎡ 최고 매매가는 4억 5000만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용문1·2·3구역 조합으로선 고분양가 심사제가 다시 개선돼 현실적인 분양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셈"이라며 "조합이 희망하는 분양가가 책정되기 어렵다면 분양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합 측 한 관계자도 "HUG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분양가격 선이 있었는데 재개정된 기준으로는 그 금액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한다"며 "내년 7월이면 준공 20년을 채워 분양가 심사기준에서 제외될 구축아파트단지를 굳이 끼워 넣는다는 것은 조합에 주택공급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단 12월 중으로 착공에 들어가고 삼성래미안이 준공 20년을 맞는 내년 7월 이후 다시 분양가 심의를 신청해 8월쯤 분양하는 것으로 조합 안에서는 결론이 났다"며 "조합원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숭어리샘 재건축조합은 10월말 정기총회 및 후분양제 의결총회를 열고 후분양 계획을 확정지었다. 단지 규모와 둔산권 입지 측면에서 3.3㎡당 최소 1700만원 이상 분양가가 책정되길 바랐지만 올 상반기 HUG로부터 턱없이 낮은 1100만원대 분양가를 통보받자 후분양으로 돌아섰다. 후분양은 통상 공정률이 70-80%에 이르는 시점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으로 HUG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 측에 매력적인 반면 그만큼 분양가 상승 가능성이 커 실수요자들에게 가격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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