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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과학이야기] 무시무시한 손, 마침내 맞춰진 퍼즐

2021-11-22 기사
편집 2021-11-22 07: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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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선임연구원
2013년 8월 22일, 동고비 사막에서 열흘간의 공룡탐사를 마치고 전 날 저녁에야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 돌아온 탐사대원들은 문명세계로 돌아온 아침을 맞자마자 몽골 정부청사의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청사 정면 대좌에 앉아 근엄한 표정으로 광장을 내려다보는 몽골의 상징 칭기즈칸의 동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광장의 끝에 처음 보는 임시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한 쪽 외벽엔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입을 벌린 공룡의 두상이 걸려 있고, 그 위엔 키릴문자로 'Т. БАТАА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Tarbosaurus bataar), 일명 '아시아의 티라노사우루스'라 불리는 몽골의 대표 육식공룡이다. 도굴된 화석으로 2012년 미국의 한 경매에 매물로 나왔다가, 몽골정부의 문제제기로 판매자가 FBI에 체포되고 화석이 압수당한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2013년 5월 몽골로 공식 반환된 이 타르보사우루스를 기념해, 6월부터 특별전시되고 있는 것이었다.

2011년, 벨기에 왕립자연과학연구소의 파스칼 고데프로이트(Pascal Godefroit) 박사로부터 놀라운 소식이 들어왔다. '데이노케이루스로 보이는 화석이 입수되었다니!' 그 때는 2009년 발굴한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을 한국의 화성시 실험실로 이송해 암석에서 분리해내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연구팀은 벨기에로 즉시 날아가 화석을 확인했다. 커다란 갈고리 발톱을 가진 앞발은 데이노케이루스와 일치했다. 기이한 것은 머리뼈와 두 발 골격. 그런데 우연찮게도 2009년 발굴현장에서 사라진 부분들이다.

연구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는 와중에도 소유자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2014년 5월, 마침내 화석이 몽골에 무상으로 반환됐다. 타르보사우루스 반환 사건을 계기로 공룡화석의 불법거래에 국제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덕분이었다. 바로 다음 달 6월, 몽골 고생물학센터에 찾아가 화석 포장상자를 여는 순간은 마치 예고편만 감질나게 보던 블록버스터 영화의 첫 장면이, 웅장한 비트의 배경음악과 함께 스크린에 펼쳐지는 듯 했다. 하지만 놀라움에 앞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이것이 정말 우리가 2009년에 발굴한 화석과 동일한 개체의 일부인가? 즉시, 당시 현장에 남아있었던 발가락뼈를 가져와 맞춰보았다. 깨져 떨어져나간 뼈의 양쪽 단면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했다. 마침내 머리와 발을 되찾은 것이다! 우리는 주어진 4박 5일의 일정동안 이 화석의 특징을 최대한 관찰하고, 측정하고, 기록하고, 또 의견을 나누었다.

가장 놀라운 특징을 보인 것은 이 녀석의 머리다. 어디에 이 머리만 내어 놓는다면, 독특한 조각류 오리주둥이 공룡(하드로사우루스 류)으로 볼 것이 틀림없다. 길고 좁게 늘어난 주둥이는 저어새의 주걱부리처럼 끝에서 넓어져 있다. 턱 안에는 이빨이 전혀 없다. 1미터에 달하는 머리끝에는 큰 머리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눈구멍이 뚫려있다. 상대적으로 두툼한 아래턱은 옆 모습에서 턱 주머니를 가진 펠리컨을 연상시킨다. 발 골격도 독특하긴 마찬가지다. 굵고 강건한 발 골격 끝의 발톱은 수각류 공룡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뾰족한 발톱 끝을 손톱깎이로 싹둑 잘라낸 것처럼 뭉툭한 발톱은 상상 밖이었다. 고비사막에서 무수히 발견했던 조각류 발자국 일부는 어쩌면 데이노케이루스의 발자국으로 바뀌어야할지도 모른다.

1965년의 양 팔 골격, 2006년의 어린 개체 일부골격, 2009년의 성체의 일부골격, 그리고 2014년에 돌아온 머리와 발 골격까지. 이제야 모두 맞추어진 퍼즐은 '주걱부리의 낙타 등을 가진 거대 타조공룡' 데이노케이루스에 대한 논문으로, 2014년 Nature에 실렸다.

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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