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서 과열과 가격 급상승은 대개 투기에 의해서 주도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과거 여러 나라에서 발생했던 금융위기는 투기자들에 의한 과도한 거래와 가격상승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형성됐다가 꺼지면서 발생했다.

시중에서는 투기의 개념과 효과에 대해서 이런 저런 다양한 해석들이 많지만, 경제학자들은 투기에 대해 분명한 정의를 내리고 다른 경제활동과 구분해 그 효과를 분석해 왔다. 특히 영국의 경제학자 칼도(Kaldor)는 투기를 미래 가격변화에 따른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로 정의했다. 이 투기는 산업 또는 상업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와는 완전히 다른 경제활동이며, 또 이자나 배당 또는 임대소득을 목적으로 하는 자산투자와도 구분된다.

그러나 투기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서로 다른 주장들이 전개돼 왔다. 주류경제학자들은 대부분 투기가 시장에서 적정가격이 형성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거래의 유동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투기자들은 대개 일반 거래자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또 이를 이용해 일반 거래자들의 잘못된 거래를 교정해 적정가격을 찾아주고 거래를 활발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케인스나 이후의 일부 케인지언들은 투기가 시장에서 가격을 왜곡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투기적 거래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던 케인스는 특히 투기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에 의하면, 투기자들은 미래의 예상수익에 대한 전망보다는 시장의 심리를 예측해 행동함으로써 이득을 얻으려 하며, 이러한 투기가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시장은 큰 불안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투기적 거래가 적고 이들이 예상수익에 대한 정보를 활용해 거래한다면, 시장은 적정가격을 향해 활발하게 작동할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투기적 거래는 시장심리 예측에 기초한 거래에 의해 지배된다. 이렇게 되면 투기는 거래와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거품을 낳게 한다. 여기에 더해 투기가 불공정 거래나 시장질서 교란, 불투명성 등과 결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더 큰 시장불안정을 낳는다. 투기가 금융위기와 관련을 갖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투기가 불공정 거래, 불투명성과 결합돼 그 부정적 효과를 가장 잘 미칠 수 있는 시장은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과 같은 자산시장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금융시장에 대해 투명성 강화, 불공정 거래 금지 등 여러 법적 규제를 마련해놓고, 상시적인 감독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불건전 중개 행위 금지 외에 부정거래나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상승과 불안정은 시장수급 자체의 힘보다, 이러한 불공정 거래와 결합된 투기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자산시장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강한 규제의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투기적 거래 그 자체의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투기적 거래가 빈번한 선물시장에 대해서는 거래의 투명성 증대, 적절한 투기 비중의 관리, 일정기간내의 가격변동 폭 제한 등과 같은 규제 도입이 자주 논의되고 있다. 부동산이나 금융시장에도 이러한 규제를 도입하거나 강화해 투기의 부정적 효과를 억제해야 한다.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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