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최근 사단법인 한국골프문화포럼으로부터 골프대중화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를 의뢰받았다. 필자가 골프기자를 하던 90년 대 중반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단어가 `골프대중화`다. 당시 골프계 사람 누구나 이 단어를 입에 올렸는데 회사를 떠난 후 10여 년 해외를 떠돌다 정착한 지금 요청받은 주제가 골프대중화라니. 골프는 아직도 대중들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단 말인가.

단연코 지금은 `골프 전성시대(The golden age of golf)`다.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인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듣게 되는 코로나19 시대에 최고 수혜를 입은 분야는 골프다. 지구상 모든 이들의 불행을 말하면서 수혜라는 단어를 말하기 껄끄럽지만 사실이 그렇다. 어느 골프장은 올해 부채문제를 모두 해결했다고 하고, 세계 7대 국부펀드가 1000억 원을 투자해 한국의 골프장을 인수했다는 뉴스도 전해졌다. 한국에서 골프가 시작된 이후 골프계는 소위 `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야외 활동이라 감염 위험이 작아 보이는 특성이 한몫했을 것이다. 해외로 나갈 기회가 사라지면서 국내 골프장이 대체재로 떠오른 것도 이유다. 여기에 골프와 어린이를 합성한 `골린이(정치적 올바름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이 단어를 매우 못 마땅해 하지만)`들이 골프장에 몰려들며 골프장을 더욱 북적거리게 만들고 있다. `영 & 리치`인 이들 덕분에 골프장 직원들은 평소 보기 어려웠던 `힙`하고 `럭셔리`한 차를 많이 보게 됐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자기표현에 능한 이들에게는 `사진빨` 잘 나오는 자연 속에서 패션 감각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매력적이리라. 이뿐인가. 국내의 대표적인 방송들이 앞 다퉈 골프예능을 쏟아 내고 있다. SBS(편먹고 공치리)를 비롯해 JTBC(세리머니클럽)과 TV조선(골프왕), 최근에는 MBN(그랜파)까지 골프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출연진은 골프전설인 박세리는 물론 프로골퍼인 유현주, 야구선수 출신의 이승엽, 농구의 허재 등 유명 운동선수와 이순재, 임하룡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다. 이를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한번 가(쳐) 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그렇다면 골프는 계속 전성시대를 누릴 수 있을까. 아니면 비극적인 인생을 살게 된 `영자의 전성시대(염복순 주연의 1975년 작)` 주인공 영자의 운명처럼 될 것인가. 현재의 골프 인기는 몇 가지 점에서 불안하다. 해외골프장들이 이미 한국 골퍼를 손짓하기 시작했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다 해서 국내 골프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맞지 않지만 요 근래 태국을 다년 온 사람들이 2만 명을 넘었다 한다. 방송에서의 인기는 휘발성이 강하다. 골프와 예능의 결합은 참신하지만 곧 식상해 질 것이다. 지금 골프계가 해야 할 일은 올바른 골프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다. 자연 속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대화를 즐기며 샷의 쾌감을 만끽하는 것이 골프다. 이 같은 골프의 매력을 알리고 바람직한 골프문화를 세우는 힘든 일에 나서야 한다. 찬란한 백제 유적지를 보러 갔다가 바가지 요금만 뒤집어 썼다면 기분이 어떨까. 요즘 대다수 골프장을 보면 주니어 육성 등 골프의 미래를 위한 일은 나 몰라라 하고 오직 제 뱃속만 채우고 있으니 한심하기만 하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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