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와 맛있는 식사를 하러 간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런데 서로 마주 보고 대화를 하는 도중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한쪽 눈 주위가 움찔거린다면 어떨까? 두 사람 모두 신경이 많이 쓰이고 대화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증상이 점차 심해지면서 광대뼈 주위와 입 주위까지 움찔거리게 된다면 전반적인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와 같은 질환을 편측안면연축 혹은 편측안면경련이라고 한다.

편측안면연축은 구불구불해진 혈관이 안면신경의 기시부(起始部)를 장기간 누르고 혈관의 박동에 따라 자극하면서 신경을 싸고 있는 막이 손상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신경은 일종의 전선과 같아서 피복이 잘 싸여있지만 시작하거나 끝나는 부위는 마치 납땜한 부분과 같이 취약하다. 이 부분에 혈관의 자극이 장기간 지속되면 일종의 `합선`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비정상적인 신경회로를 타고 자극이 전달되어 얼굴의 근육이 움찔거리게 되는 것이다.

얼굴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칫 안면마비와 착각하기 쉽지만 안면마비와 안면경련은 전혀 다른 질환이다. 안면연축은 안면신경이 혈관에 눌려 발생하는 과흥분 증상인 반면, 안면마비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구개강 내 병변 등으로 인해 안면신경이 손상되어 근육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안면마비는 자연회복되는 경우가 많고 약물치료(항바이러스제재, 스테로이드)와 물리치료 등으로 유병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안면연축은 자연회복이 어렵고 오래 지속되면 얼굴 전체가 일그러지게 되기도 한다.

안면연축은 안검연축(눈꺼풀 떨림)과도 다르다. 안검연축은 눈 주위 근육이 불수의적인 연축 작용을 보이는 것으로 스트레스나 피로, 강한 빛 등에 의해 유발된다. 안면연축과 구별을 위해서는 얼굴근육의 수축 양상, 횟수, 방향, 동반된 얼굴 변형의 모양, 진행 과정 등에 관한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대부분은 1차 신경안정제, 2차 보톡스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신경안정제는 전체적인 신경의 흥분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졸림, 무기력,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장기간 복용이 어려울 수 있다. 보톡스 치료는 신경 자체가 아닌 근육을 부분적으로 마비시키는 것으로 약 2-3개월 정도 효과는 있지만 반복해서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는 가역적(可逆的)인 치료로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회복된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또 수술과 비교해 비교적 위험 부담이 적기 때문에 초기에 많이 선택하는 치료이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면신경의 기시부와 닿아있는 원인 혈관을 떼어놓은 수술(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한다. 95% 이상의 성공률을 보여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완치가 가능한 치료로 수술 후 만족도가 매우 높다. 귀 뒤쪽의 피부를 절개하고 두개골을 오백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로 떼어낸 뒤 뇌를 싸고 있는 경막을 열어 수술한다. 현미경을 보면서 유착되어있는 지주막을 잘라내고 원인 혈관을 안면신경 기시부로부터 떼어놓는다. 혈관과 신경 사이에 테플론 솜을 넣어 완충 작용을 할 수 있게 한다.

안타깝게도 편측안면연축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노화되거나 변형된 혈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머리뼈 안의 공간이 작은 여자 또는 동양인에서 더 많이 나타나며 평균 발생 연령은 약 50세이다. 우리나라에서 편측안면연축 환자는 최근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안면신경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7만 1944명에서 2019년에는 9만 2503명으로 28%나 증가했다. 자칫 방치했다가는 영구적인 얼굴 변형까지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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