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도 기초과학연구원 부원장
하성도 기초과학연구원 부원장
기초과학연구원(Institute for Basic Science, IBS)이 오는 21일 설립 10주년을 맞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기초과학 연구에서 10년은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과학선진국의 많은 연구소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IBS의 지난 10년은 두 가지 이유에서 특별하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과 맥을 같이 하며,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에 힘입어 발전해 왔다. 1960-70년대의 과학기술 진흥정책으로 양성된 과학기술자들이 외국의 선진기술을 도입·보급하여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Fast Follower 전략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기초과학 지식이 부족한 채로 응용·개발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여전했다. 이제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역량을 갖춰 First Mover로 나아가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과학과 예술이 교류하며 창의적 지식을 생산하는 `은하도시` 구상이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 공약에 반영됐고, 이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으로 현실화됐다. 대한민국이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선진 지식강국이 되겠다는 새로운 국가발전정책이 수립돼 그 핵심 연구기관으로 IBS가 2011년 11월 출범했다.

설립 이후 IBS는 과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세계적 과학자들을 유인할 방안이 없었다. 그러나 새로 설립된 IBS에서 파격적인 지원과 좋은 연구환경을 제안할 수 있게 되어 많은 우수인재들이 모여들었다. 첫 연구단장인 신희섭 박사를 필두로 국내외 석학들이 속속 합류해 여러 분야의 연구단이 출범했다. 연구인프라 구축도 진행되어 대전 도룡동의 본원을 비롯해 서울대·KAIST·POSTECH 등 대학과 연계한 최고의 연구시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대전 신동에 우주와 물질의 근원 탐구에 활용될 중이온가속기 건설도 시작되었다. IBS는 우리나라 기초과학 분야에서 부족했던 장기·대형·집단연구에 집중하여 과학지식의 새 지평을 열었다. 우주의 기원과 구조, 인간의 뇌와 유전체, 차세대 소재와 나노물질, 지구적 기후변화, 그리고 수학·물리이론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을 이뤄냈다. IBS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의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연구소, 라이징 스타(Rising Star)`에도 선정되었다.

지난 10년간 IBS의 성장은 우리나라 기초과학 발전과 함께 이루어졌다. 정부의 꾸준한 투자로 기초과학은 계속 성장했으며 IBS도 그 성장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었다. 일례로 우리나라 피인용 상위 1% 논문의 2018년 세계 점유율은 2008년보다 약 두 배로 증가했으며, 피인용 세계 1% 이내 최고 수준의 연구자 수도 매년 수십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노벨상 수상 후보 예측에서 우리 과학자들이 자주 거론되기까지 한다. 그만큼 IBS를 비롯한 국가 전체의 기초과학 수준이 높아져서 가능한 일들이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와 경제의 기본구조가 상상할 수 없었던 속도로 뒤바뀌고 있고, 바이러스와 기후변화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과학 지식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신속하게 지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새로운 연구과제에 도전해야 할 때이다. 기초과학은 자연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여 지식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학문이다. 이를 통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IBS는 지난 10년의 성과를 토대로 계속 발전하며 `인류와 사회를 위한 새로운 발견`이라는 임무에 충실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과학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해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

하성도 기초과학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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