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자연 속의 도시. 자연과 어우러진 집. 코로나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열망은 자연을 집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나 자연 속에서 쉬고 즐길 수 있는 세컨 하우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열망을 실현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이내 좌절을 맛볼 수 밖에 없다. 내 집을 한 채 더 구매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구매를 한다고 해도 그것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도시 안에서 내 집을 단독주택으로 옮기거나 내 집을 더 늘려 자연을 담는 것 역시도 쉽지 않다. 차라리 나라는 개인을 넘어서 우리의 도시에 더욱 자연을 담을 수 있다면, 아니 우리 도시가 자연 속에 녹아있다면 더욱 우리가 원하는 바를 쉽게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차를 타고 가며 우리 도시에서 보이는 요소 중에서 자연과 가장 가까운 요소는 단연 가로수다. 대부분 일정 규모의 도로 양 측면에는 가로수가 심기기 때문이다. 이 가로수들은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한다. 소음을 차단하고, 먼지와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거나 막아 준다. 보행자들에게는 그늘을 제공하고, 도시 공간에 온도 차이를 만들어 바람의 유동을 만들어준다. 본연의 증산작용으로 도시의 온도를 조절해주고 도시 경관에 녹색의 이미지를 입혀 도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도 제공한다. 대부분 우리가 보는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떠올리면 분명 도시 수목은 빠질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아낌없이 도움을 주는 도시 수목은 불행히도 우리에 의해 고초를 겪는다. 도시 안의 많은 인공요소들은 도시 수목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의한 진동, 인공 포장에 따른 과도한 물 공급 또는 수분 부족, 과한 도시의 인공열, 대기오염 물질에의 장시간 노출, 충분한 토심 미확보 등이 모두 스트레스 요인이다. 또한 무분별한 전정(가지치기) 역시 수목에 큰 스트레스를 준다. 다양한 이유로 전정이 이루어지는데 간판을 가리고, 수목 때문에 벌레가 많이 모이고, 수목에 가려져 실내에 햇빛이 안 드는 등의 이유에 의해서 비전문적으로 무분별하게 전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분명 수목의 생육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무분별하게 심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수목의 생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수목이 주는 가치는 경제성이나 편의성과 같은 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건축물을 지을 때 조경공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하거나 건조환경 속에서의 수목의 생육을 보호하기 위해 생태면적률이라는 제도를 의무화해 운영하고 있다. 또 옥상녹화, 벽면녹화 역시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편법에 의해서 이 제도들이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지정된 조경공간을 준공 이후에 다른 목적의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식재 공간을 정할 때도 식물의 입장보다는 우리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다. 즉, 건물에 가려져 일조 확보가 어렵거나 자연적인 우천 시에도 비가 들지 않아 수분 확보가 어려운 공간, 또는 해당 수목의 수령 및 수종에 비해서 너무 좁거나 얕은 토심이 있는 곳에 수목이 식재되는 것이다. 이렇듯 다른 가치에 밀린 수목은 형식적인 수준의 생장 공간 만을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건조환경이 우리에게 경제적 이익과 삶의 편의를 제공해준다면 도시 수목과 같은 자연환경은 우리에게 육체적·심리적 건강을 제공한다. 무엇이 우리에게 더 진정한 가치인지,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건조환경 안에 진정한 의미의 자연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별도의 비용과 또 다른 개발을 통해 개인 공간에 자연을 넣기 위해 노력하기 전에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도시 안에서 자연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실천일 것이다.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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