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ETRI 오픈소스센터장
이승윤 ETRI 오픈소스센터장
요즘 전세계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뜨겁다. 역대 넷플릭스 작품 중 가장 많은 1억 1100만 가구가 시청했고 전 세계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모두에서 1위를 달성하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한 칼럼에서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의 혜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언급됐다. 실제로 자유무역의 확산과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ICT의 발전은 글로벌 데이터 및 콘텐츠 유통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즉,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정보의 공유와 활용 범위가 매우 활발해지고 넓어지게 되었으며 이제는 국가 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는 문화 콘텐츠 영역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기생충`, `BTS`, `오징어 게임` 등으로 이어지는 소위 K-콘텐츠가 전 세계를 감동시키는 킬러콘텐츠로 부각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전 세계를 관통하는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소프트파워를 처음 만들어낸 세계적인 석학 조셉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최근 개최된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한국은 경제적 성공과 활기찬 민주주의가 결합한 나라이며 한국이 지닌 소프트파워가 그 바탕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문화에 대한 소프트파워가 잘 갖춰진 세계에서 가장 큰 모범 사례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프트파워란 설득의 수단으로서 돈이나 권력 등 강요가 아닌 매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을 중요한 특징으로 비강제성을 갖는다. 소프트파워는 문화의 영역 뿐 아니라 교육, 언어, 예술, 과학, 기술 등을 포괄하며 이성적, 감성적, 창조적 영역을 모두 포함한다.

소프트파워의 중요한 특징인 비강제성은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서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동력이라는 점에서 그 맥을 같이한다. 한편, 소프트파워를 기술의 영역으로 확대해보면, 전술한 글로벌 콘텐츠 환경변화와 `오징어 게임`과 같은 K-콘텐츠의 성공 뒤에는 진화된 ICT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클라우드 컴퓨팅, OTT 스트리밍, 초고속 유무선 인터넷, 빅데이터 그리고 최근 인공지능(AI)까지 최신 ICT의 도움 없이는 실현할 수 없는 서비스였다. 특히 서비스의 국가간 경계를 허무는 결정적 역할을 했던 기술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었고 지금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엣지 컴퓨팅 기술 등으로 발전하며 점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성공의 일등공신은 초기에 자체 운영하던 데이터베이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전한 결정이었다고도 말한다. 넷플릭스는 2008년 자체 운영하던 데이터센터 사고로 인해 약 7년에 걸쳐 아마존 웹서비스(AWS)로 모든 인프라를 이전한 바 있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우수한 문화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ICT 혁신이 만들어낸 글로벌 콘텐츠 유통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주는 또 하나의 소프트파워 관점의 교훈, 바로 평등과 공정 그리고 협력이다. 비록 게임의 중간 과정에서 등장하지만 평등한 환경에서 공정한 룰이 전제된다면 게임의 승리는 힘센 강자들만의 차지가 아닌 약자들의 협력으로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정한 사회, 공정한 시장이 만들어지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소프트파워가 진정한 파워를 갖게 될 것이고 그 기회가 우리에게 온 것이다.

이제 우리 과학기술은 지구를 넘어 우주를 향해 신호탄을 쐈다. 최근 누리호의 발사체 시험 성공은 전 세계에서 독자기술로 만든 1톤급 이상의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됨과 동시에 우리 기술이 우주에서도 본격적인 역량 발휘를 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신뢰가 가장 희소한 자원이라고 말했던 조셉 나이 교수의 말처럼 미래에 더욱 중요한 자산은 소프트파워를 구성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사람이 만들어내는 평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콘텐츠일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의 과학기술과 ICT가 향해야 하는 가치도 이와 맥락을 함께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오픈소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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