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OECD는 `이주를 배경으로 하는 인구`, 즉 외국인, 이민2세, 귀화자 등이 총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2020년 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의 수는 222만 명으로 집계되어 총인구의 4.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기준 충청남도의 인구는 17개 시도 중 8번째로 많은 218만 명인데, 그보다도 많은 규모인 셈이다. 증가하는 추세로 짐작해보자면, 한국이 다문화·다인종 국가가 될 날은 머지않았다. `다문화·다인종 국가`로서의 한국정치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갈등을 다루며, 그들의 삶을 폭넓게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촘촘히 확인해봐야 할 일이다.

한국은 불과 30-40여 년 전만 해도 대표적인 이주 출발국이었다. 1903년 하와이 이주로 시작된 한국인의 해외 이주는 꾸준히 증가해 이스라엘, 아일랜드, 이탈리아에 이어 네 번째로 해외로 나간 국민이 많은 나라가 되었다. 현재 해외에 거주 중인 한국인은 750여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주민으로서 그들의 경험과 어려움은 경제적인 성취에 가려 들리지 않았고, 수많은 한국인이 해외에 거주했음에도 우리는 이주민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가장 충격을 받았던 일 중 하나는 지인의 절친한 친구가 북유럽 아주 작은 동네로 이민을 갔을 때의 이야기다. 동네로 들어간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그가 갈 수 있을 법한 도서관 등의 공공장소에 한글 자판 키보드가 전부 배치되었단다. 그 이야기만 들어도 그가 이민 생활을 하며 받을 섬세한 지원들이 상상돼 안심이 되는 한편, 한국은 어떠한지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었다. 나의 동생 역시 타국에 자신의 가족과 함께 거주 중인데, 때때로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 한다. 그의 가족이 한국에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자주 상상하고, 자주 실패한다. 한국에서 완전한 타인이 되는 상상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완전히 마음을 열고 들어야 한다.

필자의 지역구인 아산에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있다. 과거에는 한국 문화에 이주민들을 맞추려는 정책이 대부분이었으나, 전국적으로 수요자 맞춤형 정책들로 변화하는 추세다. 낯선 곳에 온 이주민들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킹 프로그램은 기존 주민들과의 교류를 늘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문화가족의 특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 교육의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족 자녀를 위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 등이 있으나, 여전히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완전히 다른 사회, `다문화·다인종 국가`로서의 한국의 변화가 기대되는 한편, 사회적 갈등을 다뤄야 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무겁다.

우리의 동포들, 우리의 가족들이 그러했듯 이주자들은 수많은 상상과 고민 끝에 이주를 결정해서 각자의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스스로조차도 자신을 일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생각할지언정, 누군가는 그들의 삶 자체를 지켜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을 괘씸해하거나 불쌍해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지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이 완전히 새로운 당면과제를 풀어나가며 다양성을 보장하게 된다면 한국은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운 사회가 되어 지금의 K-열풍이 잠시가 아닌 지속적인 영향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 새로운 긴장 상황을 관리하지 않고 덮어둔다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어 유럽처럼 반이민 세력의 약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