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무용단에서 기획한 이번 `천년의 춤`은 팜플렛에 적혀 있는 프로그램 구성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본 작품은 총 7개의 프로그램을 옴니버스로 구성하였지만 전체 흐름을 살펴보면 단순 나열이 아닌 음악에서 크게 악장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것처럼 세 개의 흐름으로 구분하여 구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장은 초대 예술감독과 OB단원들의 연행으로 전통무용의 `오래된 미래`를 맛 볼 수 있는 장이었다면, 두 번째 장은 현직 예술감독과 단원들이 무대를 이어받아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이었다. 마지막 장은 선대 무용가의 작품을 학습하고 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며 재구성하여 새로운 전통으로 만든 무대였다.
첫 번째 장에서는 35년간 대전 시민들과 호흡해온 대전시립무용단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첫 오프닝으로 공연된 `고향의 봄 & 산촌`은 대규모 교향악과 합창단 코러스 위에 펼쳐진 무대로 매우 화려하고 웅장함 속에 어릴 적 고향의 정취와 정서, 친구들과 산천경개를 아우르며 놀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김란류 살풀이`는 대전을 기반으로 한 춤으로 절제된 호흡 속에서 곡선미를 강한 동작으로 풀어내는 묘한 매력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무대는 대전시립무용단을 창단해 지역 춤 발전에 공을 세운 초대 예술감독 `김란`과 은퇴한 OB 단원들이 무대에 직접 올라 그 감동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왔다.
한국의 민속춤은 마을에서 행해지던 종교의식과 농경사회에서 발전된 춤이 특히 많다. 두 번째 장은 이러한 민속춤 중 현 시국에 맞춰 명복을 빌고 좋지 못한 액운을 밟아버리는 `소고춤`, `봉산탈춤`, `장구춤`을 선정해 안무했다. 김평호류 `남도 소고춤`은 "전라도 해안 지역에 분포되어있는 소고와 벅구춤의 맥락을 이어받아 정리된 춤"이라고 한다. 전라도 해안선은 매우 길고 바다에 접한 면적이 매우 넓은 만큼 다양한 민속예술이 공존하고 있다. 무대화된 `남도 소고춤`에는 다양한 연행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농악에서 쓰이는 동작들을 모아 무용적인 시각을 더해 무용의 선과 농악의 신명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장구야 놀자`는 농악에서 쓰이는 장단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고 동선을 무대화하여 새롭게 구성했다. `봉산탈춤` 중 팔목중춤은 한삼을 휘날리며 추는 목중들의 신명나는 한판을 볼 수 있는 무대였다. 세 작품 모두 민속예술의 백미로 본 작품들을 모두 소화한 대전시립무용단 단원들의 기량을 엿볼 수 있는 장이었다.
세 번째 장은 무용계의 대가이며 큰 스승인 국수호에 의해 안무된 작품을 후대의 무용가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재구성한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스승의 작품을 학습하고 이를 재구성해 김평호 예술감독이 직접 연행한 `장한가`는 그의 무용가로서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주는 무대였다. `북의 대합주`는 2011년 영국 에딘버러 축제를 중심으로 해외에서는 물론 한국에서의 큰 무대에서도 여러 차례 재연된 작품이다. 기존의 작품에 가락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고, 무대를 꾸며 공연의 엔딩을 장식할 만큼 화려하게 연출됐다.
온고지신 즉 옛 전통 속에 담긴 정신과 지혜를 학습하고 이를 활용하여 보다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천년의 춤`에서는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전통무용을 중심으로 공연을 제작했다. `오래된 미래` 즉 전통의 중요성을 잊지 않으며, 현시대의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동 시대에 연행되고 있는 작품이 후에는 또 다른 전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공연자로서 코로나19라는 시국에 방역수칙을 지키며 대규모 공연을 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 대전시립무용단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전통무용을 소재로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내는 `대전시립무용단 기획공연`은 매년 이어지는 레퍼토리로 이후에 제작될 작품도 기대된다. 박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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