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조교수
박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조교수
10월은 축제의 계절,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다니며 축제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시기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으로 대부분의 축제들이 축소되고 공연들도 비대면으로 변경되면서 현장에서 전통무용을 관람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전통을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그간 공연현장에 목마름을 느낀 현 시점에서 대전시립무용단의 기획공연 `천년의 춤`은 그간의 갈증들을 시원하게 해소해 줄 수 있는 무대였다.

대전시립무용단에서 기획한 이번 `천년의 춤`은 팜플렛에 적혀 있는 프로그램 구성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본 작품은 총 7개의 프로그램을 옴니버스로 구성하였지만 전체 흐름을 살펴보면 단순 나열이 아닌 음악에서 크게 악장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것처럼 세 개의 흐름으로 구분하여 구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장은 초대 예술감독과 OB단원들의 연행으로 전통무용의 `오래된 미래`를 맛 볼 수 있는 장이었다면, 두 번째 장은 현직 예술감독과 단원들이 무대를 이어받아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이었다. 마지막 장은 선대 무용가의 작품을 학습하고 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며 재구성하여 새로운 전통으로 만든 무대였다.

첫 번째 장에서는 35년간 대전 시민들과 호흡해온 대전시립무용단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첫 오프닝으로 공연된 `고향의 봄 & 산촌`은 대규모 교향악과 합창단 코러스 위에 펼쳐진 무대로 매우 화려하고 웅장함 속에 어릴 적 고향의 정취와 정서, 친구들과 산천경개를 아우르며 놀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김란류 살풀이`는 대전을 기반으로 한 춤으로 절제된 호흡 속에서 곡선미를 강한 동작으로 풀어내는 묘한 매력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무대는 대전시립무용단을 창단해 지역 춤 발전에 공을 세운 초대 예술감독 `김란`과 은퇴한 OB 단원들이 무대에 직접 올라 그 감동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왔다.

한국의 민속춤은 마을에서 행해지던 종교의식과 농경사회에서 발전된 춤이 특히 많다. 두 번째 장은 이러한 민속춤 중 현 시국에 맞춰 명복을 빌고 좋지 못한 액운을 밟아버리는 `소고춤`, `봉산탈춤`, `장구춤`을 선정해 안무했다. 김평호류 `남도 소고춤`은 "전라도 해안 지역에 분포되어있는 소고와 벅구춤의 맥락을 이어받아 정리된 춤"이라고 한다. 전라도 해안선은 매우 길고 바다에 접한 면적이 매우 넓은 만큼 다양한 민속예술이 공존하고 있다. 무대화된 `남도 소고춤`에는 다양한 연행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농악에서 쓰이는 동작들을 모아 무용적인 시각을 더해 무용의 선과 농악의 신명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장구야 놀자`는 농악에서 쓰이는 장단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고 동선을 무대화하여 새롭게 구성했다. `봉산탈춤` 중 팔목중춤은 한삼을 휘날리며 추는 목중들의 신명나는 한판을 볼 수 있는 무대였다. 세 작품 모두 민속예술의 백미로 본 작품들을 모두 소화한 대전시립무용단 단원들의 기량을 엿볼 수 있는 장이었다.

세 번째 장은 무용계의 대가이며 큰 스승인 국수호에 의해 안무된 작품을 후대의 무용가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재구성한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스승의 작품을 학습하고 이를 재구성해 김평호 예술감독이 직접 연행한 `장한가`는 그의 무용가로서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주는 무대였다. `북의 대합주`는 2011년 영국 에딘버러 축제를 중심으로 해외에서는 물론 한국에서의 큰 무대에서도 여러 차례 재연된 작품이다. 기존의 작품에 가락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고, 무대를 꾸며 공연의 엔딩을 장식할 만큼 화려하게 연출됐다.

온고지신 즉 옛 전통 속에 담긴 정신과 지혜를 학습하고 이를 활용하여 보다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천년의 춤`에서는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전통무용을 중심으로 공연을 제작했다. `오래된 미래` 즉 전통의 중요성을 잊지 않으며, 현시대의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동 시대에 연행되고 있는 작품이 후에는 또 다른 전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공연자로서 코로나19라는 시국에 방역수칙을 지키며 대규모 공연을 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 대전시립무용단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전통무용을 소재로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내는 `대전시립무용단 기획공연`은 매년 이어지는 레퍼토리로 이후에 제작될 작품도 기대된다. 박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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