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당시 시공사 동의 없어 매립지 확인 못해"
경찰 "수사상 착굴 필요"

지난해 8월 29일 건물 유치권자 A씨의 CCTV에 잡힌 두정동 건물해체 공사 현장 모습. 제보자는 현장 한켠에서 덤프트럭이 철근 더미 위로 흙을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지난해 8월 29일 건물 유치권자 A씨의 CCTV에 잡힌 두정동 건물해체 공사 현장 모습. 제보자는 현장 한켠에서 덤프트럭이 철근 더미 위로 흙을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천안]천안시와 경찰이 공사장에서 발생한 폐철근 불법 매립 민원을 접수한지 1년이 지나서야 수사를 이유로 매립추정지를 착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민원인은 접수 당시 철근 더미 위로 흙을 덮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증거물로 제출했었다.

21일 천안시, 천안서북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9일 건물해체 작업이 진행 중인 공사장 한 켠에서 폐철근 뭉치를 덤프트럭이 흙으로 덮는 장면이 이 건물 유치권자였던 A씨의 CCTV에 잡혔다. 이 영상을 발견한 A씨는 9월 18일 CCTV 영상을 증거로 천안시에 폐기물 불법 매립 민원을 넣었다. 민원을 접수한 천안시 담당자는 현장에 갔지만 시공사의 동의를 얻지 못해 매립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고 10월 6일이 돼서야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이어 한달 후인 11월 2일 천안서북경찰서에 폐기물 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 사이 해체 공사는 올해 1월 13일 완료됐다. A씨는 올해 1월 27일이 돼서야 경찰에 출석해 시공사 관계자와 첫 대질 조사를 받았다. 그 이후 올해 9월 16일 A씨는 갑작스럽게 경찰로부터 천안시와 철근 매립지를 파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연락을 받은 다음날 A씨는 천안시 담당자, 경찰수사관과 함께 철근 매립 추정지를 착굴했다. A씨가 폐철근을 매립했다고 천안시에 신고한지 1년만이다. 폐철근은 나오지 않았다. 공사가 완료된 지 8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시공사는 아무런 처벌이나 조치를 받지 않았다.

A씨는 뒤늦게 매립지를 판 것에 황당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시청에 민원도 들어가고 경찰에 고발까지 들어갔는데 업체에서 아직도 거기에 철근을 남겨 뒀을 리 있겠는가"라며 "매립하는 영상과 사진도 제출했다. 매립한 것만으로도 폐기물 처리 위반이라고 한다. 철근이 안 나왔다고 내가 거짓말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서북경찰서 담당 수사관은 "수사 상 착굴에 필요성이 있었다"며 "A씨에게 물어보니 파보기를 원했고 천안시에서도 협조를 해줘 굴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8월 새로 부임해서 이 사건을 이어 받았다"며 "다른 사건들이 밀려있어서 지체된 것이다. 현재 해당 공사장과 관련한 여러 고발 건을 병합해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천안시가 민원접수 당시 확보한 영상을 토대로 증거를 모아 수사의뢰가 아닌 즉시 고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축폐기물은 매립 행위만으로도 법 위반사항이다. 해당 건은 민원접수 후 경찰 고발까지 1개월 반이 걸렸다. 당시 신고를 처리한 천안시 담당자는 "시공사가 동의를 하지 않아 매립지를 파볼 수가 없었다. 현장에서는 철근 반출 내용을 시에 제출했다고 하고 민원과 서로 상충해 수사의뢰를 했다"며 "수사의뢰를 검토한 담당 경찰관이 묻는 행위가 위법이라고 해서 고발을 하게 됐다. 그 당시에는 매립만으로 위법사항인지를 판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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