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묻는다 (나태주 지음 / 푸른길 / 184쪽 / 1만 6000원)
시인의 눈길·손길 닿은 시 70편 선봬
손때 묻어난 글씨로 '나태주다움' 더해

풀꽃문학관이 위치한 충남 공주 제민천 주변에는 나태주 시인의 글씨로 손수 적은 시가 곳곳에 자리한다. 색색이 꾸며 놓은 담벼락에도, 풀꽃이 피어날 만한 모퉁이에도, 빛이 덜 드는 교각 아래에도. 어느 곳 하나 빠짐 없이 적혀 있는 시를 보노라면 시인의 눈길과 손길이 어디까지 세심히 닿았는지를 공간이 그대로 보여 주는 듯하다. 그리고 그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분위기 덕에 제민천에는 늘 사람이 모인다.

`풀꽃 시인`으로 유명세를 얻은 나태주 시인이 시집 `바람에게 묻는다`로 돌아왔다. 이 책은 저자가 집필한 시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시 70편을 골라 손글씨로 적어 엮었다. `나태주 육필시화집`, `나태주 연필화 시집`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시인의 다정한 손때가 묻은 시집이다. 시인이자 교사인 그는 오랜 세월 살아오며 체득한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마치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듯 친근하게 말을 건넨다. 특히, "시인이 시를 쓰고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유한한 목숨 대신 자기의 소산품이 보다 오래 세상에 살아남기를 바라는 뜻에서 그러는 거"라는 시인의 말처럼, 이번 손글씨 시집은 그 어떤 시집보다도 시인 `나태주`가 한껏 묻어났다. 시인의 호흡을 따라 가지런히 앉혀진 글씨와 글씨 사이에는 그리움과 가득 채움, 주저함과 주저하지 않음, 크고 작음 등이 그대로 서렸다.

시인은 50년간 `너`가 상징하는 의미의 외연을 꾸준히 넓혀 왔다. 더 많은 너를 오래 보아 오고, 보고파 하고, 사랑해 왔다. 고향을 찾게 되는 건 그 안에 어김없는 환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듯, 우리가 오랜 시간 시인의 시집을 펼쳐 드는 것 역시 시 안에 언제나 나를 향한 응원과 지지, 격려와 사랑이 준비되어 있어서일 테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인은 다시금 묻는다. 아직도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는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전히 자주 서성이는 우리에게 보내온 편지와도 같다. 자신의 시는 연애편지와 같다고 자주 말해 오던 시인, 그는 이 책에 정성스레 적은 시를 가을바람에 띄워 보낸다.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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