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제안이 없었다면 승부조작은 없었을 것이다. `1회초 2점을 내주면 2,000만 원을 주겠다.` 모든 사달은 유혹에서 시작되었다.그렇다. 문제의 근원은 돈을 주겠다며 승부조작을 제안한 스폰서 놈이었다. 스폰서만 잡으면 된다. 그런데, 스폰서(프로스포츠에서 지원을 미끼로 불법적 일을 연결하는 브로커)의 유혹은 단지 개인적 욕망에서 만들어졌을까? 그럴리 없다. 상업화된 스포츠 경기에 거액의 판돈이 걸리지 않았다면 유혹은 생기지도 않았다.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하며 선수 개인의 윤리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모든 것이 어릴때부터 공부안하고 운동만시킨 한국스포츠의 기형적구조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럴 수도 있으나, 그건 근원이 아니다. 스포츠계 승부조작을 단지 선수 개인의 도덕성이나 윤리의식 결핍 차원으로 보는 건 정당하지 않다. 이 승부조작은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바로, `국가-도박-스포츠 결합체`라는 구조다.

이 구조를 포함,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에는 독특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국가체육예산이 프로스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스포츠베팅, 즉 `스포츠토토(투표권 사업)`에 의존하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스포츠 베팅을 국가가 합법화하여 관리한다. 여기에 딜레마가 생긴다. 반드시 발생할 승부조작과 도박중독의 위험 속에 선수들을 (개인의 윤리의식을 시험하듯) 놓는 딜레마다. 비유하면, 살인 저지를 상황을 만들어 놓고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게 살인자 누명을 씌우는 식이다. 정작, 그 상황을 마련한 국가에겐 죄를 물을 수 없다.

둘째, 스폰서와 선수 간의 관계 맺기 방식이다. 과거, 조폭 출신으로 이루어졌던 승부조작 브로커는 최근 특정 스포츠 종목 출신들로 바뀌며, `협박`에서 인맥 중심의 `후원/협력` 방식으로 바뀌었다. 우리처럼 좁은 인적 관계망으로 이루어진 스포츠계에선 다리 하나만 건너면 모두가 아는 사이다. 그렇게 알게된 선수와 브로커는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 관계를 맺으며 `우리가 남인가`란 정 문화 속에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제안되는 승부조작. 선수들은 뿌리치기 어렵다.

셋째,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의 취약성. 승부조작 사건에는 언제나 유망주나 연봉이 적은 선수가 개입된다. 과거, 공무원들이 비리 사건에 개입될 때마다 나왔던 비판 중 하나가 `박봉`이라 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유사하다. 유망주 선수는 발전을 위해 기존 트레이닝 외의 훈련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 한다. 연봉이 적은 선수(연봉 3000만 원 이하) 역시 먹고 살려면 돈이 절실하다. 브로커들은 이런 특성, 즉 `유혹에 취약할` 선수를 노린다.

오해하실 수도 있겠다. 승부조작을 했던 선수나 지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냐고. 아니다. 스포츠계에서의 모든 부정부패를 `개인 탓`으로 돌리는 개인주의적 설명 방식을 고려해보자는 주장이다. 스포츠 베팅과 취약한 예산 구조, 국가의 합법화가 얽힌 구조적 설명을 접하며, 우리는 스포츠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를 개인주의적 탓으로 돌리려는 습관화된 진단을 재고해볼 수 있다. 구조적 힘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개인은 많지 않다. 사회적 위치가 불안한 선수(개인)는 더더욱 그렇다. 스포츠계에서의 승부조작이야말로 `위태로운 구조` 속 `불안정한 선수`의 관계에서 파악되어야 할 문제다. 비록 승부조작 `범인`은 잡더라도, 적어도 그 범인이 속한 상황의 구조적 `원인`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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