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김홍진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 이 섬뜩한 배반의 서사는 유다의 키스에 압축돼 있다. 참고로 유다의 입맞춤은 가식적 친절이나 거짓된 호의를 비꼬는 관용구로 사용된다. 예수를 십자가로 이끈 배신의 극적 요소와 드라마틱한 죽음을 예비한 서사요인 때문에 회화에서도 주요 재현 대상이었다. 조토나 카라바조 등 여러 작품이 있지만 내겐 구스타브 도레의 그림이 가장 인상적이다. 유다는 열두 제자 중 회계를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최후의 만찬이 말 그대로 끝나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유다는 예수에게 입을 맞춰 은화 30냥에 예수를 팔아넘긴다. 그로 인해 배신의 영원한 초상으로 낙인찍혔다.

상식적 통설은 예수의 죽음 이후 유다는 자살한다. 그러나 배반과 배신의 부정적 인물성격 때문인지 열두 제자 중 그 누구보다도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한 인물이다. 배반자 유다는 그와 관련한 신학적 논쟁만큼이나 문학적 화제 거리를 제공한다. 배반의 아이콘 유다는 서사장르의 한 유형을 이룰 만큼 다양하게 조명되는데, 그것은 예수의 다른 제자와는 뚜렷한 부정적 성격으로 인해 문제적 인간으로 써먹기 안성맞춤인 까닭이다. 세계문학사에서 빅토르 위고를 위시해 보들레르, 니코스 카잔차키스, 보르헤스 등 내로라하는 많은 거장들은 유다를 주인공으로 작품을 썼다. 우리에겐 김동리, 박상륭, 백도기 등의 소설이 있다.

물론 많은 이야기에서 유다는 변형 재해석된다. 그만큼 유다는 문제적 인간으로 많은 영감을 주는 캐릭터다. 김동리의 장편 `사반의 십자가`에서 유다는 예수의 죽음 이후 잘 살아간다. 동리는 우리가 아는 상식적 통설을 물리친다. 박상륭의 단편 `아겔다마` 역시 유다는 예수를 팔아먹은 돈으로 아겔다마로 명명된 땅을 사는 극악한 이미지나 자살의 내러티브는 모두 배척되고, 넘치는 행복감 속에 죽는다. 한편 백도기의 장편 `가룟 유다에 대한 증언`에는 유다를 배신의 악인으로 규정해 증오심을 드러내는 `사도행전`의 시각과는 다르게 치열하게 정의를 추구하다 좌절하는 인간상으로 부조한다. 유다는 문제적이다.

김동리와 백도기의 유다는 피안의 영원 세계보다 차안의 현세적 삶을 지향한 저항적 자유주의자 혹은 현실주의자다. 박상륭의 유다는 한쪽 눈은 갈색으로 앞을 똑바로 보고, 또 한쪽 눈은 하늘색으로 위를 보는 사시(斜視)의 인물이다. 갈색과 앞을 똑바로 보는 시선은 유다의 세속적이며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상징하며, 하늘색과 위를 쳐다보는 눈은 초월적 이상주의자임을 지시한다. 작중 유다는 열심당의 당원이면서 예수를 추종하는 인물이다. 이는 사시의 눈이 상징하는 바와 일치하며, 인간 내면과 행동의 다원적이며 다면적인 속성을 환기한다.

이런 서사와 관련한 개인적 의문, `요한복음`에서 마리아는 향유를 사 예수의 발을 씻겨준다. 이에 유다는 낭비라 불만을 토로하고, 요한은 유다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원래 도둑이어서 돈 자루를 맡아 훔쳐내곤 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런데 향유를 산 돈은 공금이 아닌 마리아의 사비다. 게다가 세리였던 마태를 두고 굳이 유다를 재정 관리자로 설정한 점은 더 이상하다. 이는 은화 몇 푼에 예수를 팔아먹는 배신의 극적 내러티브를 위한 사전예시일 게다. 또 칼럼의 주제 유다의 키스, 광야의 통과제의 뒤 예수는 수많은 대중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며 체제와 질서를 위협하는 인물로 부상한다. 밤이었다지만 그런 눈엣가시 요시찰 인물을 대제사장 수하 병사가 모를 수 있을까.

인간의 원죄를 대속하기 위해 예수는 희생을 자처했다. 그런데 이를 위해 또 다른 희생양이 필요했으니, 유다다. 인류 구원이란 예수의 희생과 위대한 성취를 위해 내부 고발자가 필요했다. 그 임무를 맡은 자 유다, 그로 인해 예수의 대속은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부정 배척된 신, 자신을 무(無)로 돌린 자다. 이런 유다를 두고 철학자 들뢰즈는 배반은 창조하는 것, 자신을 무로 만드는 것이라 했다. 대선을 앞뒀다. 많은 이가 배반의 창조자로 나섰지만, 대개는 협잡꾼에 가까워 보인다. 우린 참정권을 배반할 권리, 무엇보다 자유가 있다.

김홍진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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