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이어 두번째 고분양가 심사 개선 착수
분양가 현실화하면 공급 활성화 기대감 증폭
급등한 집값 고려 분양가 급상승 우려도 커

정부당국이 고분양가 심사제도 재개선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지역 주택공급 활성화 기대와 함께 분양가격 급상승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합리적인 분양가 산정을 내세워 앞서 올초 전면 개정한 고분양가 심사제가 오히려 신축 아파트 공급을 저해한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지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제도 손질에 들어갔다.

지난 2월 말부터 시행된 고분양가 심사제 개선안은 분양가 심사를 할 때 주변 시세의 일정 비율(85-90%)을 상한으로 고려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또 비교사업장을 분양사업장, 준공사업장 각각 한 곳씩 두 곳을 선정해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의 상황을 모두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가 HUG를 통해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해 주택 공급 유인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분양가 현실화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분양한 아파트가 없는 낙후된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턱없이 낮게 책정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출하면서 주택사업자들은 공급을 미루거나 후분양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대전에선 둔산권인 탄방동 일원 10만여㎡ 부지에 아파트 1974채를 공급하는 대규모 재건축단지 탄방1구역(숭어리샘)이 대표적이다. 숭어리샘 재건축조합은 HUG의 고분양가 심사 결과 주변 시세와 동떨어진 분양가가 나왔다며 후분양 전환을 검토 중이고 올 가을 분양을 기다려온 실수요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고분양가 심사제가 적기 주택 공급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이유다. 정부는 업계의 지적과 건의를 받아들여 제도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인근 지역 모든 사업장의 평균 시세를 반영하는 것을 개선해 단지 규모와 브랜드 등을 감안한 유사 사업장을 선별 적용하고 비교사업장 선정 기준도 완화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현재 분양가 심사 가이드라인만 공개하고 있지만 심사 세부기준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공급 속도 제고를 내건 제도 재개정 방침으로 만연한 공급 부족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론 분양가 급등 우려도 커진다. 기존의 고분양가 심사 규제로 낮아진 분양가와 그만큼 커지는 시세차익에 따른 로또 아파트 기대감은 반감되고, 시세를 반영한 분양가 키맞추기는 자금조달여력이 있는 일부 계층을 위한 그들만의 청약리그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란 조바심인 셈이다.

숭어리샘과 함께 용문1·2·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는 건 이 때문이다. 대전 용문동 225-9번지 일원 18만여㎡ 땅에 2763채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는 이 사업 조합은 최근 HUG에 분양가 심사를 신청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당초 HUG에 제출한 분양가는 3.3㎡당 170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고분양가 심사제 재개선을 분명히 밝힌 만큼 조만간 나올 새로운 제도의 틀에서 분양가를 최대한으로 상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용문1·2·3구역 재건축조합은 e편한세상둔산 단지를 비교사업장 삼아 적어도 2000만 원 안팎의 분양가가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며 "적정한 분양가를 책정해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올라도 너무 오른 대전 아파트값이 반영돼 분양가가 산정된다면 무주택자들에겐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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