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신 대전 유성중학교 교장
정상신 대전 유성중학교 교장
얼마 전 EBS 방송에 나타난 학생들의 문해력이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문해력은 일시적 관심사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함께 가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문제이다. 문해력은 글자를 읽고 못 읽는 문맹과는 다른 말이다. 그러나 읽고도 뜻을 모른다면 문맹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문맹처럼 심각하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한 문장, 혹은 짧거나 긴 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려면 그 문장 속의 단어의 뜻을 아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단어의 뜻을 알고 문장의 올바른 의미를 알아야 비로소 `읽었다`, `이해했다`라는 말이 성립된다. 그런데 방송에서 학생들에게 두세 줄의 글을 읽고 그 이해 정도를 측정하니 `모르겠다`가 다수였다. 지금까지 아는 척하고 있을 뿐 `모르겠다.` `이게 무슨 말이예요?`라는 응답이 충격을 줬다.

문해력이 존재해야 공부도 하고 성적도 올리고 내리고 소리가 나올 수 있다. 교과목과 상관없이 문해력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기초이다. 그럼 이 문해력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독서가 답이다. 독서를 통해서 개인의 언어활동이 확장되고 나아가 사고가 확장된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에서도 문해력이 바탕이 돼야 한 가지 내용을 이해하면 그다음 단계가 궁금하게 되고 궁금하면 생각하게 되고 찾아서 공부하게 된다. 어떤 과목을 제대로 이해하고도 흥미가 없거나 더 이상 생각에 발전이 없을 때 적어도 "아! 이건 내 취향이 아닌가 보다"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문해력은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 독서하는 것도 힘이라 독서력이라고도 한다. 독서도 근육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독서도 자주 하고 열심히 하면 힘이 생겨서 더 잘하게 된다는 원리에서 생긴 말이다. 독서력을 키우려면 규칙적으로 손에 책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적은 양이라도 읽으면 잠시 책을 덮고 반드시 생각도 해야 한다. 대강대강 책을 읽고 생각 없이 던져버리면 그건 독서라고 말할 수 없다. 생각해야 한다. 만화로 된 책이라도 좋다. 읽고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생각은 자기이해의 과정이다. 그러면서 문해력이 높아지게 된다.

독서가 당장의 학교 공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큰 인물로 거듭나는 바탕이 되기에 충분하다. 독서를 통한 문해력과 관련된 천재들의 우화가 많지만, 스티브 잡스도 그중 하나이기에 소개해 본다.

"뛰어난 독서가이지만 독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학교 공부에 의욕이 없고 목적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로는 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초등학교 3학년 성적표에 적힌 평가이다. 이런 부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힐 선생님은 애정어린 관심으로 스티브 잡스의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게 해 잡스가 고교 2학년 수준의 학업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이후 스티브 잡스는 독서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가 아는 스티브 잡스가 되고 유명한 말을 남기게 된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가 큰 인물이 된 배경에는 초등학교 3학년 선생님의 평가대로 `독서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문해력을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장차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노력하면, IT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또 실제로 스티브 잡스를 능가할 인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른은 어른대로 천 년을 살겠다는 포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문해력을 키워서 세상에 도전해보겠다는 야망으로 책을 손에 잡아보자고 권하고 싶다. 독서는 현재의 우리로 하여금 천년을 살게 한다고 한다. 저자가 10년을 준비한 책을 읽거나, 100년의 가치를 담은 고전을 읽으면 100년을 사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학생들에게는 독서는 실패 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읽읍시다 책! 정상신 대전 유성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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