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취재3부 차장
문승현 취재3부 차장
"꼬리가 보여요." 열차 창가 자리에 앉아 연신 뒤를 돌아보던 아이가 귀엣말로 속삭였다. 열차 선두 객차에서 구불구불한 철길을 타고 뒤따라오는 꽁무니 객차가 신기했나보다. 낙엽만 뒹굴어도 아이들은 온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는다. 40-50분쯤 열차에 몸을 맡기고 도착한 익산(전북)은 모든 게 낯설었다. 생전 처음 가본 도시에서 늦은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고 인근 전통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명절을 앞두고 먹거리가 즐비해 코를 킁킁거리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미리 인터넷 블로그 등을 보며 알아둔 꽈배기도 먹었고 꼬마김밥도 샀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 익산에서 알찬 시간을 보내고 다시 계룡역 향발 열차에 올랐다. 가는 길은 더 멀게 느껴진다. 아이는 기차가 너무 느리게 가는 것 같다며 보챈다.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가을 들녘과 한가로운 구름 구경도 끝이다.

철길 너머로 익산 함열역이 지나고 논산 채운역의 서성거림을 눈에 담으며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희망의 말이 있었다. `네가 크면 이 길을 지금처럼 힘들이며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꼬불꼬불 꽈배기 같은 추억은 사라질지 몰라도 한결 더 빠르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고. 또 다른 종류의 추억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희망의 근거는 호남선 고속화 사업이다. 호남선 가수원역(대전 서구)에서 논산역까지 45㎞ 구간 중 굴곡이 심한 노선을 반듯하게 펴 직선에 가깝도록 개량하는 게 핵심이다. 완공되면 가수원-논산간 거리는 34.4㎞로 10.6㎞ 좁혀지고 KTX 기준 운행시간은 23분으로 10분 줄어든다. KTX 열차의 최고속도 역시 시속 104㎞에서 146㎞로 빨라진다. 전라의 익산역도, 충청의 논산역·계룡역도 사람들로 바글바글하지 않을까 기대도 걸어본다. 앞으로 7년후 2028년 완공되면. 집에서 가까운 철도역에서 열차를 타고 왕복으로 나들이할 수 있는 생경한 도시를 찾아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일이 일상처럼 될 날이 머지않았다. 저녁밥상에 오른 익산 꼬마김밥을 나눠먹으며 아이가 말한다. "기차타고 다음엔 어디로 갈 거야. 언제 갈 거야. 가서 뭐할 거야." 문승현 취재2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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