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온라인으로 주문 받는 음식 배달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그에 비례해 증가하는 것이 플라스틱 폐기물과 포장지다. 이러한 폐기물들은 분리수거 등을 통해 재활용율을 높이려 노력하지만 플라스틱 포장지 대부분은 매립지로 향하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UN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인류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한 해 25억t 이상이며 이중 바다로 흘러가는 폐기물은 800만t 이상으로 바다를 떠다니는 해양쓰레기의 90%가 플라스틱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5년 영국에서 발표한 `해양 속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 논문에선 바닷속에는 최소 15조에서 최대 51조t의 미세 플라스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이는 전 인류의 고민이라 할 수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치약, 세정제, 스크럽 등에 포함되어 있고 너무 작아 하수처리시설에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강에 유입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이를 먹이로 오인해 먹은 생물들을 인간이 섭취하면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에서는 재활용을 위한 기술 확보에 투자하며 지속가능한 플라스틱의 재활용 노력으로 환경에 해악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조류로 만든 먹을 수 있는 빨대와 컵, 사탕수수를 사용한 바이오 페트 용기, 라벨지가 없는 페트병, 폐자재를 이용한 신발과 의류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소재선택, 제조, 포장 등 탄소저감 노력에 모든 힘을 더하고 있으며 이러한 심각성을 깨우쳐 사용에 대한 규제방안 및 저감 방안에 대한 대책도 강구하고있다. 친환경에 대한 노력은 제품에서만이 아닌 건축환경도 변화시키고 있다. 친환경 건축의 개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콘크리트나 시멘트 대신 나무나 흙처럼 생태계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재료를 활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대신 태양열이나 풍력 등 자연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그 예다.

친환경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이 `탄소중립`과 `제로에너지 건축`이다. 탄소중립은 배출과 흡수되는 양을 맞추어 최종적으로 탄소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제로에너지(Zero-energy) 건축은 단열과 공기유출 차단을 강화해 에너지 사용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고단열, 고기밀 등 건축적 요소를 이용해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고효율 설비와 풍력, 지열, 태양광 등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되는 에너지와 소비되는 에너지의 균형을 이뤄 공급과 수요를 서로 같게 하는 것이다. 친환경 건축이란 건물을 철거할 때까지 환경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연환경을 지키면서 건축환경 역시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우리나라는 건축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산업 배출량의 40%가 넘는 배출창고라 할 수 있어 친환경 자재 및 단열, 통풍, 기밀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건축계획이 필요하다. 풍력을 이용한 세계무역센터, 빗물과 수목을 이용해 에너지에 활용하는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옥상정원에 유실수, 허브류 등 식물을 키우는 정부세종청사는 친환경 건축물의 예로 자주 소개되고 있다.

친환경을 위한 노력은 인증제의 시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재생산,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의 전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에너지 소비를 줄여 환경적으로 우수한 건축물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동안 공공건축물, 학교,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시행되어 왔으나 앞으로 모든 용도군으로 확대될 것이다. 지구와 함께 우리가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친환경 인증 심의인 것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처서가 얼마전 지났다. 자연의 변화에 무관심한 채 살아가는 이 시대에 계절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24절기처럼 그칠 줄 모르는 팬데믹 시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푸른 별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해 주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지구를 지키는 `어벤져스`가 우리 자신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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