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대선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주말 충청권을 찾아 대선 공약을 내놓았다. 이 지사가 충청권에 공을 들이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를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분원 설치, 충남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충청권 메가시티 지원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현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가능한 사업들을 재탕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는 봐 줄만 하다.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충남 민항이나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에 대한 이 지사의 인식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사는 충남 민항과 관련해 "전국의 민항들이 현재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과포화 문제가 있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모두의 공존을 위한 길"이라며 적극 찬성한 것과는 정반대다. 그렇다면 가덕도 신공항만 `공존의 길`이고 충남 민항은 `공존이 아닌 길`이란 말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지사의 기자회견 자리에 문진석 의원과 나소열 전 충남부지사가 배석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 충남도의 비서실장과 문체부지사로 재직해 충남 민항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 지사는 동서횡단철도에 대해서도 "필요성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이번 정부에서 왜 진척이 느린지 좀 더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동서횡단철도는 서산-천안-영주-울진 간 총연장 330km 규모로 12개 시·군이 협력하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남북 위주의 철도망을 보완하는 동서 철도망이다. 이 사업과 유사한 목적의 광주-대구 간 `달빛내륙철도 건설`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안에 최종 반영돼 있다. 이 지사는 기자회견에서도 `공정함`을 강조했는데 충남의 20년 숙원인 충남 민항이나 동서횡단철도에 대한 인식을 보면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지역 정서와는 동떨어지고, 공감하기 힘든 발언을 쏟아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역대 선거에서 충청권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다만 공평하게만 해달라는 얘기다. 대선 주자라면 해묵은 공약만 나열하기보다 지역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감 능력부터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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