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호서대 교수(법학박사)
김종호 호서대 교수(법학박사)
지금 정치권에서는 가짜 약장수 논쟁이 한창이다. 흔히 가짜 약장수라고 하면 시골 읍내 5일장에 천막을 치고 좌판을 펼쳐놓고 각설이 같은 사람이 나와서 한바탕 음악과 재담으로 썰을 푼 다음에 주변에 몰려드는 관객들에게 거창한 광고를 곁들여 약을 파는 사람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약은 유명 제약회사 제품도 아니고, 이름도 없는 제약회사들이 만들어서 허위광고 과장광고해서 사람들을 현혹한 다음에 싼 가격에 대단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판매하는 것이다. 건강보조식품인 경우도 많다. 이런 가짜 제품이 효과가 있을리 만무하다.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구경꾼들을 홀리지만 구매한 후에 후회한들 이미 지갑에서 피같은 돈은 빠져나간 이후이다. 효과라고는 전혀 없고 나중에 아까운 돈만 쓴 걸 후회하게 되는 그런 약품들이다.

지금 대선판에 나와 있는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가짜 공약 들을 남발하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주택을 공짜로 주겠다느니, 돈을 공짜로 주겠다느니, 이런 허황된 공약(空約) 내 놓는 것은 진짜 국민들을 졸(卒)로 보고 속이는 말의 향연에 불과하다. 절대로 속아서는 안 된다. 대선판이라고 하는 이 시장에 우수한 제품들이 나와야 되는데 자칭 후보라는 사람들은 모두 가짜 약장수 뿐이다. 우수한 제품이라고 내 놓은 광고가 겉보기에 포장지만 번지르 하게 덮여 있고, 광고문구가 현혹적이라고 해서 뜯어 놓고 보면 온통 거짓말 뿐이다. 선거판에서 유권자들은 좋은 상품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몸에는 좋은 약이다. 요설로 국민들을 꾀어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가짜 약장수가 내놓은 처방이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 병을 앓고 있다. 머리 위에는 북한 핵이라는 중병을 얹고 있고,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감소라는 중병, 교육의 실패라는 중병, 일자리 감소와 주택가격 폭증이라는 중병도 모자라 코로나라는 중병 등 만 가지 병들을 앓고 있다. 가짜 약으로는 도저히 구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화국의 미래가 암담할 따름이다. 이와 같은 현실의 어려움을 쾌도난마처럼 헤쳐 나갈 약장수는 누구인가? 냉정하게 살펴보건대 대한민국은 약으로 치료하기에는 너무 곪아버린 중환자 상태이다. 근본부터 개조하고 대수술을 해야 마땅하다.

누구나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짜 권위에 대한 숭배로 자기 지성에 대한 믿음이 이내 꼬리를 내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사소한 좌절과 적당한 성공이 되풀이되는 일상생활을 반복하는 과정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쇄잔 해 가는 것을 배울 수 있는 학습도장이 되지 못한다. 한계상황이 나타나야 비로소 사람들은 고통스런 선택을 한다. 보통사람의 한계상황 속에는 죽음, 고통, 갈등, 죄책감이 포함돼 있다. 한계상황은 각 개인의 존재에 있어서 무엇이 잉태되며 무엇이 구체적인가를 분명하게 알게 해준다. 마침내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물체든지 그 형체가 배경과 대비 될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대선판 후보들의 약광고를 가장 끈질긴 비교를 통해 확신을 갖고 비교한 후 지갑을 열어야 한다. 대선판 시장은 특정 후보의 공약을 믿게 하거나 혹은 생산자의 책임을 짊어지도록 강요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우리 국가와 민족이 헤쳐 나갈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우량주(블루칩)를 선택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현실성이 전혀 없는 가짜 약을 구입하면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돈만 허비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굴지의 제약회사가 출시한 백신도 예방효과가 절반에도 못미치는 전염병 팬데믹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가짜 약으로는 치료가 안된다. 국가개조라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생명이 연장되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살 뿐이다.

김종호 호서대 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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