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8일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개최된 하계 올림픽이 일본 도쿄에서 막을 내렸다. 17일간 진행된 세계인의 축제는 올림픽을 강행하기로 한 판단이 현명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코로나 방역 우려, 일본 국민의 올림픽 반대시위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올림픽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의 긍정적 에너지와 경기를 즐기며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함께 웃고, 격려했던 순간은 무더운 여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시간이었다. 국가가 개최할 수 있는 세계적인 축제가 올림픽이다. 6개월 후면 동계올림픽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것이다. 올림픽에는 많은 개최비용이 필요하며 이번 도쿄올림픽도 공식 개최비용이 154억 달러(한화 17조 7000억원)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는 국가적 수입이나 고용·관광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그보다 국가의 문화를 알리고 기술력을 선보여 국가 위상을 높이는 것이 주요하다 할 것이다.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공연은 국가의 문화를 세계에 홍보하기 좋은 이벤트다. 세계인의 시선이 개최지로 향하는 만큼 개최도시는 올림픽 주경기가 열리는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 공을 들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딱딱하고 엄격할 것이라는 세계인의 편견과 달리 매우 혁신적인 형태와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스케일과 아름다움으로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던 메인 스타디움은 외관의 형태가 새 둥지와 닮았다 하여 중국인에게 `냐오챠오`라 불리기도 했다. 유럽 출신 디자이너 헤르조그&드뫼롱, 그리고 중국의 디자이너 추이카이가 설계한 것으로 `철` 이라는 재료를 용접 접합해 새 둥지처럼 외관을 엮어 만들었다. 그 부재들이 기둥처럼 똑바로 서 있지 않고 휘고, 틀어져 있어 이들의 조합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조명이 켜진 새 둥지 사이로 새어나오던 아름다운 빛의 무리가 기억나며 건축이 예술과 과학을 아우르는 것이라 새삼 깨닫게 된다.

새 둥지는 철로 엮은 거대 구조물로 지하 1층, 지상 7층 동서 280m, 남북 338m이며 경기장을 짓기 위해 5500억 원의 막대한 금액과 Q460 고강도의 신형 철강재를 개발·사용했다. 시공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불식시키고 완성해낸 건축물이다. 올림픽 개최도시의 주경기장은 개최 후 그 크기와 규모로 유지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이유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은 분리가 가능한 거대한 메카노(MECCANO, 어린이용 모델·조립키트) 모형처럼 조립했다가 대회가 끝나면 축소할 수 있는 개념의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관중석을 설계 당시부터 철거가 가능하도록 시공됐다.

8만석의 경기장은 육상이나 축구경기뿐 아니라 팝 콘서트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메인 스타디움의 재료는 버려진 건축폐기물을 주재료로 재활용한 친환경 건축이다. 독특한 관람석과 지붕설계 등의 모습을 보여준 건축물이다. 올해의 올림픽은 1964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된 국립 카스미카오카 육상경기장을 재건축해 메인 스타디움으로 사용했으며 켄고쿠마에 의해 설계되었다. 전체적으로 목구조가 많이 적용된 경기장이다. 세계적인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주경기장은 스포츠성지와도 같은 상징성과 국가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주경기장이 시공될 때마다 재미난 이슈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했고 그 당시 메인 스타디움은 한국의 김수근 선생이 조선백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경기장의 지붕형태를 곡선으로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류춘수 선생이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방패연을 모티브로 설계해 붉은 물결로 한 해를 지냈던 기억이 있다. 33회 올림픽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게 된다. 많은 종목들이 베르사유 궁전, 개선문, 그랑팔레 등에서 펼쳐질 예정이라 하니 프랑스 문화재와 함께 어떤 모습의 올림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다가올 올림픽은 팬데믹이 소멸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길 소망해본다.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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