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어릴 적 젖은 모래로 두꺼비집을 만들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가까운 개울에서 직접 모래를 퍼 날랐다. "두껍아! 뚜껍아! 헌 집 줄께. 새집 다오!" 왼손 위에 젖은 모래를 쌓고 조심스레 손을 빼면 손 크기의 공간을 가진 두꺼비 집이 만들어진다. 손을 뺄 때 조심하지 않으면 두꺼비집은 무너진다. 혼자보다 둘이나 셋이 두꺼비집 놀이를 즐겼다. 무너지지 않는 두꺼비 새집을 만드는 경쟁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솜씨가 좋아서 모양 좋은 두꺼비 집 동네, 요즘말로 하면 두꺼비집 타운을 만들기도 했다. 이쯤 되면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가 바뀌어 예쁘고 튼튼한 두꺼비집을 만들기 위해 서로 돕게 된다. 요즘도 이런 놀이를 즐기는지 모르겠다.

얼핏, 유치원 마당에서 모래로 무언가를 만드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선생님이 마른 모래에 적당하게 물을 적셔주면 아이들이 모래로 무언가를 만든다. 조그맣고 앙증맞은 삽이며, 여러 가지 모양의 플라스틱 버킷으로 성도 만들고, 틀과 모래로 음식도 만들어 소꿉놀이를 한다. 내가 어릴 적에는 꿈도 꾸지 못한 갖가지 도구들이 동원되는데, 어찌 보면 모래보다 색상도 화려하고 다양한 모양을 가진 도구(틀)들이 더 눈에 띈다.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놀이도 비슷하다. 조금 더 규모가 커지고 어른들도 함께한다. 디즈니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크고 웅장한 성을 닮은 모래성을 만든다. 얼핏 보아도 뾰족한 첨탑과 돌 모양이 정교하다. 밀물 직전까지 놀이는 계속된다. 바닷물이 서서히 들어오면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어른들은 경험이 많아 곧 모래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지만, 밀물을 처음 경험해보는 어린아이는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는 모래성을 보며 울음을 터트린다.

젖은 모래 놀이는 두꺼비 집을 만들든, 소꿉놀이를 하든, 모래성을 쌓든지 간에 곧 사라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꺼비 집은 대체로 장난과 질투가 심한 악동의 발에 밟혀 사라진다. 모래로 하는 소꿉놀이는 더 오래가지 않는다. 아이들의 서투른 손에 의해 곧 모양이 망가지기 일쑤다. 바닷가 모래성은 밀물이 집어삼킨다. 하지만 내일이면 이 놀이는 다시 시작된다. 두껍아! 두껍아! 선생님은 모래에 물을 뿌리고 바닷가에는 디즈니 성이 이곳 저곳에 지어진다.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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